매일신문

자전거 둘러메고 세계여행 떠나는 이영근씨

2006년 계명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이영근(26·사진)씨는 얼마 전 자전거를 한 대 샀다. 고유가 시대의 맞춤용 구매가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세계여행을 떠나겠단다. 그것도 2년씩이나.

이씨는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학교 해외봉사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이탈리아 민박집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객이 뇌리에 깊숙이 남았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서 세계여행을 할 수 있구나.' 그때부터 그의 자전거 여행 준비가 시작됐다.

그는 졸업 후 ROTC로 2년 동안 강원도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여행 계획을 짰다고 했다. 자전거 여행 제목은 '올림픽에서 월드컵까지'로 정했다. 워낙 스포츠를 좋아해서다. 그래서 여행 일정을 오는 8월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을 출발점으로 해서 2010년 열리는 남아공월드컵을 종착점으로 삼았다. 2년 동안의 긴 여행이다.

"취업이 어려운 이때에 자전거를 타고 2년을 허송세월한다고?" 주위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물론 그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물론 취업 걱정도 돼요. 부모님도 그것 때문에 처음엔 반대도 하셨죠. 하지만 제 결심과 그동안 꼼꼼하게 준비한 여행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지금은 많은 것을 보고 호연지기를 키우고 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씨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쉼없이 달려왔는데, 잠시 멈춰서서 제 인생에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다"고 했다.

자전거여행을 위해 2년간 군 복무를 하면서 받은 월급을 차곡차곡 모았다. 여행 장비가 만만찮아서다. 자전거, GPS, 카메라, 노트북, 캠코더, 캠핑장비, 취사도구 등 장비 구입에만 30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장교로 전역하면서 받은 퇴직금까지 몽땅 털어넣었다.

그는 봉사활동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을 택했다. 대도시와 달리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조그마한 마을만 골라 다니며 봉사의 손길을 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래서 여행지도 보통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 태국 티베트 네팔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이란 터키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르완다 브루나이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스와질랜드 남아공으로 정했다고 했다.

이씨로부터 여행할 나라들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생각난 단어가 '위험'이었다. '대부분 치안이 불안한 나라들인데, 짐 도둑맞고 자전거까지 빼앗기면 어쩌나?' 그는 "물론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지금 우리나라를 봐라, 촛불집회에 정국이 어수선한 모양새가 분명 외국인들의 눈에는 치안이 불안한 나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2년 후 이영근'의 모습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배는 고플지 모르겠지만 분명 마음만은 부자가 돼 있을 겁니다. 또 인생이 자신감으로 가득 찰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여행이 끝나면 다음번엔 아메리카 대륙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 11일 중국으로 향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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