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를 썩이던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모두 사라진 덕분일까. 16일 삼성 라이온즈는 '난적' 우리 히어로즈를 6대2로 격파하고 4연패 사슬을 끊었다. 투·타 부진에다 전날 우리에게 패해 6위로 내려앉았고 16일 우리 선발이 삼성에 강했던 좌완 마일영이어서 연패가 길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거둔 승리라 더욱 값졌다.
삼성은 이날 경기 전 웨스 오버뮬러와 톰 션을 퇴출시키고 남은 시즌을 국내 선수만으로 꾸리기로 결정했다. 오버뮬러는 널뛰기 피칭을 하면서 6승8패,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션은 6패, 평균자책점 10.73이라는 부끄러운 성적을 남겨 성적은 고사하고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
오버뮬러와 션이 동시에 짐을 싸자 선수단에 긴장감이 돌았다. 1998년 외국인 선수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동시에 방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를 공식 확인한다는 부담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리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선수들의 투지가 강해졌다.
이날 삼성 선발은 배영수. 팔꿈치 수술의 여파로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않아 연패를 끊을 수 있을지 우려됐다. 더구나 선발 맞상대가 삼성전(2승, 평균자책점 2.84)에 강한 우리의 에이스 마일영(8승5패, 평균자책점 2.66)이었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배영수의 역투(5이닝 2실점)와 박석민, 최형우의 맹타에 힘입어 승리를 일궈냈다.
배영수는 1회초 불안하게 출발했다. 전준호와 권도영을 외야 플라이로 처리했으나 이택근에게 왼쪽 담장을 넘는 1점 홈런을 맞아 선취점을 빼앗겼다. 이어 클리프 브룸바에게도 큰 타구를 허용했지만 좌익수 김창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아 위기를 넘겼다. 공이 대체로 높게 제구돼 힘든 승부를 예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타선이 배영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박진만과 양준혁의 연속 안타로 잡은 1회말 1사 1, 2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박석민(4타수 1안타 3타점)은 마일영의 공을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는 3점 홈런(시즌 10호)을 쏘아 올렸다. 이후 배영수는 2회말을 삼자 범퇴로 넘기는 등 제구력이 안정을 찾았다.
배영수는 5회초 연속 안타로 1사 1, 3루 위기에 처한 뒤 이택근의 외야 플라이로 1점을 내줬으나 삼성은 뒤이은 5회말 3점을 추가, 사실상 승부가 기울었다. 박한이와 박진만의 연속 안타 등으로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최형우(4타수 2안타 2타점)가 우전 적시타로 주자 둘을 불러들였고 채태인의 1타점 우전 안타로 점수 차를 6대2로 벌렸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16일 야구 전적
우리 100 010 000 - 2
삼성 300 030 00X - 6
▷삼성 투수=배영수(6승) 권혁(6회) 정현욱(7회) 오승환(9회) ▷우리 투수=마일영(6패) 송신영(5회) 김수경(6회) ▷홈런=박석민(1회 3점) 이택근(1회 1점)
KIA 4-1 롯데
한화 11-4 LG
(두산과 SK전은 비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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