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는 청첩은 청첩장의 준말로 되어 있다. 청첩은 준말이 아니고, 청첩이 원형이다. 牒(첩)이 편지란 뜻인데, 牒의 뜻을 똑똑히 모르는 사람들이 狀(장)을 덧붙여서 청첩장이란 파생어를 만든 것이다. 현미를 '현미쌀'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청첩장은 현미쌀과 같은 구조이다.
아는 사람들은 청첩이라고 할 뿐 청첩장이라고 하지 않는다.
청첩을 보내는 사람을 청첩인이라고 하는데, 성립이 안 되는 말이다.'청하는 편지 사람'이 무슨 말인가? 편지를 보내면 편지인, 공문을 보내면 공문인이 되는가?
청첩은 초청하는 편지다. 여러 사람에게 보내기 때문에 내용이나 형식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써야 하는 까다로운 편지이다.
세간에 돌고 있는 청첩을 보면 100장 중에 10장도 바른 청첩이 없다.
청첩에 나타난 잘못된 부분을 정리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1)청첩은 형식이 중요시되는 글인데 일정한 형식이 없고 각양각색이다. (2)인사말이 없거나, 꼭 참석하기를 바란다는 무례한 청첩이 있다. (3)청첩을 보낸 날짜가 없는 것이 많다. (4)청첩을 보낸 사람이 없는 것이 많다. (5)청첩을 발송하는 사람을 청첩인이라고 쓴 것이 있다. 꼭 쓰려면 초청인이라고 써야 한다. (6)일시, 장소, 주례, 식당은 핵심 내용이므로 중심부에 있어야 한다. (7)시집, 장가가는 당사자가 인사말을 한 청첩이 있다. 천애 고아라도 주례가 있고, 고아원장이 있지 않은가? (8)청첩장이란 제목은 좋지 않다. 축의금을 받으면서 '청-첩-짱'은 어감이 너무 힘차고 당당하다. 또 바른 말도 아니다. '아뢰는 말씀' '드리는 말씀' 정도가 좋다. (9)혼례를 주관하고, 혼인을 성립시키는 주례가 청첩에 나타나야 한다. 호상이 부고를 내듯이, 주례가 청첩을 발송하면 주례가 나타난다.
친족대표 또는 우인대표가 청첩 발송인이 되는 것은 축의금 때문에 궁여지책에서 나온 방법이다. 매우 부당하다. 주례가 보내는 청첩을 예시하겠다.
아뢰는 말씀
새봄을 맞이하여 고당에 좋은 일 많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박 두 희 씨와 김 정 순 씨의 장남 성 철 군과
정 성 문 씨와 전 상 희 씨의 삼녀 미 연 양의
혼례식이 아래와 같이 있습니다. 자리를 빛내 주시고 축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때: 2007년 3월 17일 오후 1시(음력 정월 28일)
곳: 귀빈예식장 1층 귀빈실
동대구역 남쪽 500미터. 전화 053)756-7771
식당: 송강식당. 예식장 뒤편 30미터쯤에 있습니다.
1시부터 음식 대접합니다.
2007년 3월 5일
주례 정 덕 례 올림
위의 내용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흐름으로 청첩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최태연 (전 계성중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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