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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컬렉션,컬렉터] ①부자들의 전유물인가?

▲ 옥션M 제4회 미술품경매에서 180만원에 낙찰된 윤병락 작
▲ 옥션M 제4회 미술품경매에서 180만원에 낙찰된 윤병락 작 '가을향기'.

컬렉터(미술품 수집가)는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미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컬렉터 세계는 거의 조명받지 못했다. 미술품을 수집하는 행위가 부자들의 호사로 인식되는 사회 통념상 컬렉터들이 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젊은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넥타이부대까지 미술품 수집에 관심을 보이면서 컬렉션이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깨어지고 있다. 대중화 되어가는 미술시장 추세에 맞춰 컬렉션 이야기를 정리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대구에는 컬렉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계에서 서울 다음 가는 큰 시장으로 대구가 분류되는 이유다. 대구 컬렉터들의 상당수는 의사, 사업가,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젊은 미술품 수집가들이 늘고 있는 것. 직장인 박모(36·여)씨는 요즘 미술품 구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평소 작품 감상을 위해 갤러리를 자주 찾는 그녀는 미술 관련 잡지를 챙겨 보고 미술품 경매에도 참관하는 등 미술시장 흐름 파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술품이 감상의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시세 차익까지 실현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미술 투자 강의를 하고 있는 독립큐레이터 최규씨는 "최근 미술품 구매에 관심을 갖는 신진 컬렉터들이 늘어나면서 강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며 "신진 컬렉터들의 경우 기존 컬렉터들에 비해 연령이 젊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호평받는 것도 젊은 컬렉터들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서울오픈아트페어를 견인한 주력 세력은 젊은 현대컨템포러리 작가들이었다. 서울오픈아트페어에 참가했던 원창호 갤러리소헌 대표는 "현대컨템포러리 작가들이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젊은 컬렉터층이 두터워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넉넉해야만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을까. 처음 미술품을 구매할 때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오랫동안 컬렉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돈이 많고 적음이 미술품 수집의 잣대가 될 수 없으며 미술품에 대한 애정만 있으면 누구나 훌륭한 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식 투자가 보편화되었듯 미술품 수집도 직장인들에게 매력있는 투자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대표는 초보 컬렉터들은 한달, 또는 두달 수입 범위 내에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적당하며 구입 작품수도 1년에 1, 2점으로 욕심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말 대구MBC에서 열린 옥션M 제4회 미술품경매에서는 추정가 300만원 미만 저가 작품이 전체 120점 가운데 20%인 24점 출품됐다. 큰 부담없이 좋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초보 컬렉터들에게 오로지 투자 목적으로 구매를 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미술품을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컬렉터의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가 냉정함이며 자신이 정해둔 상한가를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예산보다 비쌀 경우 욕심을 접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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