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상당수 학교들이 방학 중 방과후학교(보충수업)를 영어, 수학 등 3~5개 과목을 하나로 묶은 학원 종합반 형태로 운영하는가 하면 방학 과제 등을 구실로 사실상 수강을 강제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종합반 형태의 방과후학교 운영은 '개별 과목에 한해 사설 기관에 위탁 운영하라'는 대구시교육청 지침에도 어긋나는 것이지만 4·15 학교 자율화 조치 이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남구 A중학교는 21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3주간 교과 종합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수강료 9만원을 받고 총 60시간 동안 영어 수학 국어 사회 과학 등을 하나로 묶어 가르친다는 것. 특히 이 학교는 종합반 수강을 2학기 수행평가에 반영할 뿐 아니라 수강 학생에 한해 방학 과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실상 방과후학교 참여를 반강제적으로 요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학교 교감은 "지역 특성상 주변에 학원이 별로 없고, 가정 형편이 좋지 않으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종합반 형태를 선호한 때문"이라며 "또 종합반 수강생에 혜택을 준 것은 하나의 유인책일 뿐"이라고 했다.
수성구 B중학교도 올해 처음으로 7월부터 종합반 형태의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개월간 총 60시간에 걸쳐 주요 과목을 묶어 수업하고 있다. 특히 이 학교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대부분을 주요 과목별 선행반으로 운영하는데다 종합학원처럼 과목별로 학원 강사들을 배치해 수업을 맡기고 있다.
수성구의 C, D중학교도 거의 같은 형식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상태. B중학교 교감은 "자율화 조치 이후 학교 운영이 상당 부분 학교에 맡겨짐에 따라 주변 학교들 대부분이 방학을 전후해 패키지 형식의 보충수업을 운영하거나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들 학교에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한 시간이라도 수강하면 환불이 안된다고 규정해 학생들 선택권을 무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서수녀 정책실장은 "자율화 조치 이후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주요 과목을 선행학습시키거나 여러 과목을 묶는 형태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해 이른바 '학교의 학원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학생 자율권을 무시한 채 학교들이 무한경쟁 입시체제로 바뀐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학원총연합회는 지난 14일부터 시교육청 앞에서 학교들의 강제적인 보충수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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