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새 정부는 과거 정부를 舊(구)체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임기 초에는 자연스레 '개혁'이라는 화두를 꺼낸다. 시작부터 뭔가 남다르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신임을 얻을 것이 아닌가. MB도 같은 루트를 밟았다. 아무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공공부문 개혁의 칼을 뽑았다. 소득 4만 달러 달성의 기치도 내걸었다. 미증유의 토목 사업인 '한반도 운하' 건설도 내세웠다. 마치 전 정권에 대해 정치적 복수(?)라도 하듯 MB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며 출발선에 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결단력도 보여주었다.
그 결단력은 쇠고기 협상에서 발휘됐다. '뜨거운 감자'를 놓고 노무현 정권이 고민 끝에 슬쩍 넘긴 사안을 MB가 덥석 삼켰다. 쇠고기 수입 재개라는 약간의 양보(?)로 우리 경제에 수조 원의 이익을 가져다 줄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그야말로 '빅 딜'이 아닌가. 이것은 대통령 결단력의 문제다. MB는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게 오판이었다. 상황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먹을거리를 담보로 굴욕협상을 했다고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한반도 운하는 환경보호 분위기에 밀려 계획을 접고 말았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로 4만 달러는 언감생심, 현상 유지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공공부문 개혁도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에 밀려 뺀 칼을 도로 집어넣었다.
전 정권에 대한 '정치적인 복수'가 성공해야 MB의 정체성이 확립되는데 성공은커녕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정보를 빼내 봉하마을에다 자기만의 새로운 城(성)을 쌓고 있으니 오히려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셈이다. 문득 춘추시대 초나라 충신 伍子胥(오자서)와 MB가 오버랩된다.
오자서는 초 평왕의 모함에 걸려 아버지와 형을 잃고 혈혈단신 吳(오)나라로 망명, 거기서 군사를 일으켜 조국 초나라로 쳐들어간다. 그러나 불구대천의 원수인 초 평왕은 이미 죽은 뒤. 복수심에 불탄 오자서는 무덤에서 평왕의 주검을 꺼내 삼백 번의 채찍질을 한다. 소위 堀墓鞭屍(굴묘편시)를 한 것이다. 친구였던 신포서는 오자서의 짐승 같은 행동에 분노했다. "아무리 원수라도 그렇게 무도할 수는 없다"며 오자서에게 편지를 썼다. 오자서의 답장은 이렇다. "그대가 나를 꾸짖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日暮途遠(일모도원), 길은 멀고 해는 짧으니 어떡하겠는가"
지금 MB는 오자서의 입장과 비슷하다. 갈 길은 먼데 벌써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아니 오자서 보다 훨씬 못한지도 모른다. 오자서야 해가 지기 전에 울분이라도 풀었지만 MB는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 그리고 연일 터지는 악재들…. 두 달 동안 계속됐던 촛불시위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터졌고, 조용하던 일본마저 독도 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나섰으니 MB로서는 엄청난 불행의 연속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훌륭한 지도자의 '3대 요소'를 강조했다. 첫째가 역량과 재능이다.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번째 요소로 행운을 꼽았다. 운명의 여신인 포르투나(Fortuna)가 도우지 않으면 아무리 유능한 정치인이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가 필요성, 즉 시대정신이다.
포르투나의 질투인가, MB는 두 번째 요소인 '행운'에서는 거의 빵점이다. 세 번째 요소도 거의 낙제점이다. 500년 전 마키아벨리가 오늘의 MB를 보고 '지독히 운도 없는 지도자'라고 일갈하는 것 같다.
더 불행한 것은 마키아벨리가 얘기한 두 번째, 세 번째 요소에 밀려 MB는 지금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인 역량과 재능을 채 펼쳐보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천하의 '경제 대통령'을 뽑아놓고 '정치 대통령' 수업을 시키고 있으니 이것이 잘된 일인지, 아니면 '경제 대통령'을 뽑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정치적'사회적으로 덜 성숙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어쨌든 MB는 '경제 대통령'으로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임기 중 언젠가는 행운의 여신이 MB 곁에 머물 것이다. 그때 '화려한 복귀'를 위해 MB는 지금부터 착실히 '행운'의 점수를 쌓아가야 한다. 그것 또한 MB의 능력이다.
尹 柱 台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