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의 어수선한 소식, 하늘 높은줄 모르는 물가, 푹푹 찌는 더위에 말 그대로'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친 마음과 피곤에 찌든 몸을 자연에서 위로받고 싶은 계절이다. 올해는 어디로 떠나볼까?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떠남'그 자체에 의미가 있지만 이번에는'강원도의 힘'을 만나보기로 했다. 바다와 산, 계곡을 고루 품고 있으면서 늘 묵직한 위로를 전해줄 것만 같은 곳이다.
대구에서 5시간쯤 내달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 양양. 그 중에서도 연어가 돌아온다는 남대천 최상류를 찾았다.
강릉방면에서 7번국도를 타고 20분쯤 가면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 최상류, 어성전리에 닿는다. 이곳은 무릉도원에 비견되는 곳이다.'물이 깊어 고기가 많고 주위의 산은 성과 같으며 밭이 기름져 가히 부모를 모시고 처자를 기르기에 적합한 골짜기'라는 이름의 유래처럼, 휴가지가 아니어도 마음 한자락 걸쳐놓고 오고픈 곳이다.
게다가 가족단위 휴양지로는 '딱'이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허리 정도 높이의 얕은 소(沼)들이 이어져 어디에서든 물놀이하기에 좋다.
얼마나 물고기가 많으면 이름을 고기밭, 즉 어성전(漁成田)이라 지었겠는가. 이름에 걸맞게 이곳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이 유난히 많다. 특히 은어와 꺽지, 연어가 많다. 영화'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인공마냥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띈다. 수심이 깊지 않고 물줄기가 일정해 플라이 낚시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맑고 깨끗한 물은 오대산국립공원에서 발원, 법수치리를 지난다음 이곳 어성전리로 모인다. 이 물은 남대천의 상류로 양양읍내를 거쳐 동해로 흘러든다. 하늘빛이 고스란히 비칠 만큼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상쾌한 감각이 스며든다. 밋밋한 수돗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내친김에 어성전 마을을 지나 더 깊은 상류, 법수치로 들어가본다. 한층 그 빛깔이 짙어진 계곡이 우리를 반긴다. 어성전이 낮고 온화해 여성스럽다면 법수치는 골골에 색다른 매력을 숨겨놓은 거친 남성같은 계곡이다. 군데군데 화려한 팬션을 제외한다면 아직 오지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계곡물이 마치 불가의 법수처럼 이곳에서 뿜어져나와 남대천 본줄기의 시초가 됐다고 해서 법수치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어뵈는 계곡은 어디를 잘라놓고 봐도'그림'같다. 계곡이 워낙 길고 골골마다 경치가 뛰어난 탓일까. 사람이 웬만큼 북적여도 계곡은 텅 비어보인다.
이 곳의 또다른 매력은 어두운 밤이 되면 은하수와 별똥별이 보일 정도로 공기가 맑다는 것. 가로등 없는 길에 서면 그 어디서나 별들의 잔치가 펼쳐진다. 깊은 우주에 오롯이 홀로 서 있는 느낌은 오지 여행에서나 느껴볼 수 있는 감동이다.
여름 여행에 바다가 빠지면 섭섭하다. 법수치 계곡에서 20km쯤 나가면 하조대해수욕장이 나온다. 4km에 이르는 백사장에 부드러운 모래가 깔려 있고 수심이 깊지 않아 가족 단위 피서지로 적합하다. 위락시설이 많지 않아 주변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조용한 편. 담수가 흐르며 남쪽에 기암괴석과 바위섬이 있어 낚시하기 좋고, 오른쪽으로 조도가 보인다. 하조대 해안 절벽에는 하얀색의 무인 등대와 등대 카페가 있다.
◆ 남애항
강원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남애항은 항아리처럼 움푹 팬 모습으로 아담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해안 일출의 최고 명소로 꼽히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장관이다.
항구 주변 곳곳에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방파제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 보인다. 섬에는 각각 빨간색과 하얀색의 등대가 서 있어, 마치 쌍둥이 형제가 마주보고 서 있는 듯 하다. 영화'고래사냥'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장소라고 한다. 독특한 경관 덕분에 전국의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주문진 북쪽 6km에 위치하고 있는 이 항구의 주요 해산물은 전복·미역·가리비·멸치 등이다.
◆ 휴휴암
강원도 7번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를 접한 아름다운 절집들이 많다. 온갖 번민을 내려놓고 쉬고, 또 쉬어가라는 휴휴암(休休庵). 그 이름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1997년 묘적전이라는 법당 하나로 창건된 휴휴암은 99년 바닷가에서 누운 부처 형상의 바위가 발견되면서 불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바닷가 절벽에 높은 단을 쌓고 세워진 절집은 동해의 절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선사한다. 발가락 바위, 물고기 바위 등 오묘한 형상의 바위가 많다. 특히 묘적전에서 바닷가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서면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100평 남짓한 너럭바위인'연화대'가 나온다. 절벽 바닷가에는 이 절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든 해수관음 와불상이 자리잡고 있다. 감로수병을 들고 연꽃 위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바다와 하나가 된 휴휴암에서 근심도, 시름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잠시 맡길 만하다.
◆ 낙산사 홍련암
2005년 화마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낙산사를 찾았다. 큰 불 앞에서 맥없이 쓰러지던 낙산사의 모습을 온 국민이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던가. 다행히 3년간 진행된 복원작업 덕에 낙산사는 빠르게 본모습을 찾고 있는 듯했다.
낙산사 홍련암은 남해의 보리암, 서해의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의상대사가 여기서 기도하는데 붉은 연꽃과 함께 관음보살이 나타났다 해서 이 암자를 홍련암이라 부르고, 이곳에 관음보살이 머물러 계시므로 낙산사라 이름지었다. 홍련암은 다행히 화마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 의상대를 거쳐 홍련암에 이르는 바닷가 풍광은 몇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절경이다. 바닷가 자연동굴 위에 서 있어 법당 마루 구멍을 통해 출렁이는 바닷물을 볼 수 있다. 이 바닷물에 번뇌까지 씻겨내려간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 사이에 방문하면 무료 국수를 맛볼 수 있다. 국민들이 낙산사 복원불사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고 한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만종분기점에서 강릉 방향 영동고속도로로 향한다. 강릉분기점에서 속초 방향으로 가다가 현남 나들목에서 나오면 7번국도와 연결된다.
-먹을 거리-
강원도 양양에선 '뚜거리탕'을 놓치면 안된다. 뚜거리는 남대천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로, 작은 망둥어처럼 생겼는데 어른 새끼손가락만 하다.
주로 바위 틈에 서식하며 물살이 빠른 곳일수록 많다. 뚜거리탕은 뚜거리 배를 가르고 내장을 손질해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뚝배기에 넣고 끓이는데, 초피나무 잎의 향기가 자극적이다. 구수하면서도 얼큰해 해장국으로 인기가 높다. 단백질·칼슘·칼륨 등 영양소가 풍부해 동해안의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배추우거지·고사리·대파 등을 넣고 칼칼하게 끓여내 전라도식 추어탕과 비슷하다. 월웅가든(033-671-3049), 천선식당(033-672-5566)등이 유명하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