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Color-컬러푸드
간암 환자 이세명(62)씨의 밥상은 소박하지만 화려하다. 검정·빨강·노랑·초록·흰색 등 갖가지 색깔이 골고루 섞여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토마토·바나나·포도 같은 색깔 과일에서부터 시금치·브로콜리 같은 녹색 채소와 오색 잡곡밥을 골고루 먹는다. 이씨는 "값비싼 건강보조식품은 먹어도 되는 것인지 잘 몰라 망설이게 되지만 5색 과일과 채소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식품들이기 때문에 늘 챙겨먹고 있다"고 했다.
주부 이선미(36)씨도 언제부터인지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과일과 채소를 살 때 5색을 꼼꼼히 챙기는 습관이 붙었다. 이씨는 "TV 건강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과일과 채소의 색깔에 대한 효능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며 "가끔 서점에 들러도 컬러푸드에 대한 베스트셀러가 왜 그리 많은지, 색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졌다"고 했다.
컬러시대. 과일과 채소에 부는 컬러푸드 열풍이 거세다. 식탁의 건강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컬러푸드 열풍은 광우병, 조류 인플루엔자 파동과 웰빙 추세가 맞물린 결과다. 내가족 건강을 위해 채식으로 눈을 돌리면서 과일과 채소의 색깔에 담긴 신비한 힘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일과 채소의 색깔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햇볕(자외선)과 싸우고, 바이러스·곰팡이를 물리치기 위해 생성시킨 자기 방어수단이다. 우리말로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라 부르는 파이토케미컬은 과일과 채소의 색깔을 통칭하는 말로 건강과 젊음을 가져다주는 특효약이다. 미국 국립암센터와 농무성은 하루 5가지 이상의 색깔별 과일·채소를 섭취하면 심장병·당뇨병 등 치명적 질병 발생률을 32%나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발표했다.
흔히 빨강·초록·노랑·흰색·검정으로 분류하는 5색 과일·채소는 저마다 다른 효능을 자랑한다. 토마토·딸기·석류·붉은고추·수박·팥 같은 레드 푸드에는 발암 물질들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폴리페놀과 라이코펜 성분이 들어 있다. 매실·녹차·브로콜리·쑥·키위·시금치·부추 같은 그린 푸드는 녹색의 엽록소를 다량 함유해 고혈압·동맥경화 예방에 탁월하다. 귤·오렌지·파인애플·호박 같은 옐로우 푸드 또한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하고, 마늘·무로 대표되는 화이트 푸드는 노화방지에 좋은 안토크산틴 성분이 많다. 요즘 주목받는 안토시아닌은 흑미·검은깨·검은콩·오징어먹물·김·미역·다시마 같은 블랙 푸드에 다량 함유된 성분. 항산화작용을 통해 면역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세포의 노화를 막아 준다.
'검은 토마토, 노란 수박, 보라빛 당근, 빨간 바나나, 황금빛 사과….'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이젠 아니다. 과일과 채소의 색깔 상식이 깨어진 지는 이미 오래 전. 날마다 색(色) 다른 과일과 채소가 넘쳐나 이색 열풍이 본색을 넘어설 정도다.
대구 동아백화점과 신세계이마트 만촌점에 이 같은 색깔 과일과 야채를 문의했다. 별별 색깔이 다 있다. 수박 하나만 해도 겉이 검은 것, 겉만 노란 것, 겉과 속이 모두 노란 것 3가지가 팔리고 있다. 메론은 베이지색·흰색·노란색, 포도는 초록·자주·검정 품종이 있고, 황금 사과와 초록·노랑·빨강 파프리카도 선보이고 있다.
보수적인 대구경북은 색깔에 대한 거부감이 커 매장에 잠시 팔리다 금방 사라지는 품종이 많지만 서울·수도권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이색 과일·채소가 늘어나는 추세.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교배한 노란 토마토나 노랑·보라의 컬러 당근, 빨간 바나나(모라도 바나나), 초록 복숭아, 빨간 키위 등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과일과 채소에 부는 이색 열풍은 초기만 해도 단순한 마케팅에 불과했지만 색깔의 효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검정 토마토는 일반 품종보다 항산화 작용을 가진 베타카로틴·라이코펜의 함유량이 높고, 자색 양파·자색 고구마 또한 일반 품종보다 항산화 작용과 노화 방지 효과가 뛰어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정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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