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프리즘] 中 뮤지컬 '버터플라이즈'가 남긴 교훈

7일 폐막한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버터플라이즈'였다. 중국이 85억 원을 들여 '작정하고' 만든 뮤지컬로 한국에 첫 진출한 중국 작품이었다.

'버터플라이즈'는 뮤지컬에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특수효과를 동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ED, 플라잉 기술, 상·하 이동, 리프트를 이용한 승강 무대, 회전무대, 슬라이딩을 통한 무대전환….

그러나 '버터플라이즈'가 관심을 끈 것은 특수효과 때문이 아니었다. 공연 전문가들 중에는 "특수효과의 지나친 남발로 임팩트를 주지 못한 면이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나비의상은 아름다웠지만 안무는 수준이하였다, 몇몇 출연자를 빼면 노래가 엉망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뮤지컬 '버터플라이즈'는 대구관객과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대구뮤지컬페스티벌 기간 동안 대만과 일본에서 '버터플라이즈 애니메이션' 제작을 타진했다. 서울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국내 여러 공연 제작사들도 '버터플라이즈'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미 미국과 유럽 21개 도시에 순회공연도 예정돼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4, 5개월 동안 베이징 공연도 계획돼 있다.

대구시는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 오페라축제, 뮤지컬 페스티벌, 호러축제, 컬러풀 축제 등 다양한 공연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가 중국의 '버터플라이즈' 만큼 세계에 강한 인상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까? 대구시가 '버터플라이즈'를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동양적 스토리와 제작 인프라

뮤지컬 '버터플라이즈'를 관람한 관객들은 "스토리와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놀랐다. 대사를 몇 마디라도 외우고 싶었다. 지극히 중국적이고 동양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작품이다"고 평가한다. 공연장에서는 '버터플라이즈' 대본을 구할 수 없느냐고 DIMF 진행요원에게 문의하는 관객도 있었다.

한 뮤지컬 제작자는 "지금까지의 중국 작품은 지나치게 경극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버터플라이즈'는 중국 고유의 향기를 간직하면서도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볼거리 위주의 뮤지컬작품과 달리 '스토리'가 강한 작품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버터플라이즈'가 중국 고전소설을 원본으로 탄탄한 스토리에서 출발한 덕분이다.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대구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설픈 서양작품 흉내를 낼 게 아니라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거액을 들여 만든 '창작 오페라 이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소재로 하지만 결코 세계적인 소재는 아니다'는 세간의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버터플라이즈' 제작을 계기로 중국은 세계 수준의 리허설 홀, 음악작업실, 전문 녹음 스튜디오, 성악교실, 피아노실, 고급 온천비즈니스 호텔, 배우 아파트 및 식당, 헬스클럽 등 총면적 5천㎡에 달하는 중국 최초의 뮤지컬 산업 기지를 갖추었다고 한다. 제2, 제3의 대작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인력을 제외하면 제작 인프라가 전무한 대구시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선택과 집중의 효과

'버터플라이즈'가 세계에서도 통할 가능성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데는 85억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중국보다 뮤지컬 인프라가 탄탄한 국내에서라면 그 절반만 투자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대구시로서는 '버터플라이즈' 의 절반도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공연산업 관계자들은 "오페라 축제, 뮤지컬 페스티벌, 호러축제, 연극제 등 여러 경로로 흩어진 공연관련 채널을 묶어 한 해에 한 작품이라도 집중투자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대구시는 오페라 축제, 오페라 하우스 초청공연, 뮤지컬페스티벌, 각종 연극제 등에 나누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무대공연지원, 기초예술진흥공모사업, 우수공연 사후지원 등으로 쪼개 공연산업을 지원한다.

대구시가 이렇게 지원한 예산은 또 쪼개진다. 오페라축제 조직위와 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 연극협회는 제각각 초청작, 창작지원작 등의 형태로 '몇 푼씩' 쪼개야 하는 형편이다. '몇 푼씩' 쪼개서 지원한 덕분에 각종 이익집단을 달래는 데는 성공했지만 '버터플라이즈'와 같은 가능성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 공연관계자는 "예산 지원해달라는 곳은 많고, 말썽이 싫으니까 대구시도, 각종 집행위도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형국이다. 이런 식이라면 10년이 지나도 지금보다 나아질 게 없다"고 단언했다.

대구가 뮤지컬과 오페라가 자주 열리는 도시, 전용극장이 있는 도시, '라이센스 작품' 갖고 와서 돈벌이하기 좋은 도시를 넘어 '공연문화중심도시'를 거듭나려면 눈앞의 논란을 다독거리는 상황에서 탈피하고, 제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선택도 집중도, 제작 인프라 구축도 어렵다면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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