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지하철 매표구를 빠져나오는데 '지하철 토큰을 이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딱 하고 떠오르는 겁니다. 플라스틱이니까 오래 쓸 수 있고, 재활용도 가능하고, 쓰레기도 남지 않겠다는 생각, 1석3조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토큰을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통'이었지요."
대구 동구청의 류시철(52) 환경청소과장은 구청에서 '아이디어 뱅크'이자 '실천가'로 불린다. 동구의 일반주택 8만가구에 보급된 '토큰 쓰레기통'이 그의 작품이다. 그의 생각은 이랬다. '주민들이 자기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4ℓ짜리(140원), 20ℓ짜리(700원) 토큰을 산 뒤 꽉찬 음식물 쓰레기통에 끼워 집앞에 내놓는다. 구청 직원은 쓰레기를 수거하며 토큰을 빼 간다. 토큰이 없으면 수거하지 않는다.'
"요즘은 종량제 쓰레기 봉투도 장바구니로 바꾸잖아요. 환경이 중요하니까요. 타 구청에서는 원가가 7원 정도 하는 종이납부필증을 쓰는데 그것만 해도 1년에 5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의 예산이 쓰입니다. 우리 구는 이 돈을 모조리 아낄 수 있는 거지요."
지난해 1월 환경청소과장으로 부임한 그는 토큰용 쓰레기통을 만들기 위해 제조업체와 수십 차례 면담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아이디어도 쏟아져 나왔다.
"쓰레기통을 잘못 건드리면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지잖습니까? 손잡이를 앞으로 놓았을 때는 뚜껑이 잠기고, 뒤로 놓으면 열리는 것을 고안했지요. 또 음식물 쓰레기 폐수가 나오는 구멍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패트병 뚜껑과 크기를 똑같이 만들어 뚜껑을 잃어버려도 쉽게 대체할 수 있도록 했지요." 그는 지난해 12월 특허청으로부터 특허권을 받고 모든 로열티는 구청의 예산이 되도록 했다.
뿐만 아니다. 동구청에는 지난 4일부터 진공청소기가 달린 8t 청소차가 등장했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환경미화원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청소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원시적이죠. 빨래방망이가 세탁기가 됐고 이제는 건조까지 되는데 청소는 진화할 수 없나 하고 고민했지요."
그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과 청소차 개조업체를 찾아 '진공청소기를 청소차에 달아달라'고 주문했다. 이 청소차는 도로에 다니며 낙엽, 쓰레기 등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다. 업무가 줄어든 환경미화원은 다른 업무를 맡도록 하면서 유연하게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시험 시행해본 뒤 효과가 좋으면 보다 진화된 청소차로 개조할 계획이다.
"아직 머릿속에는 갖가지 상상과 아이디어가 가득합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나, 예산을 줄일 수 있나 하고 고민합니다. 공무원들의 상상마인드도 보통이 넘는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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