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 사나이' 영남대 이택건씨

"산에 오르는 건 자신을 향한 도전"

"단순히 정상정복을 위해 산에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을 향한 도전이지요."

영남대 교육학과 4학년 이택건(26·사진)씨는 '산사나이'로 통한다. 산에 오르기 위해 두 번이나 휴학을 했다. 그동안의 등반기록도 심상치 않다. 그냥 동네 뒷산이나 철철이 경치 좋은 명산을 취미삼아 오르는 차원이 아니다. 백두대간 52일 종주, 에네르기아봉(5,126m) 등정, 아마다블람(6,812m) 등반, 그리고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는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로체(8,516m)·로체샤르(8,400m) 원정대에 참여해 히말라야를 올랐다.

그가 이번에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의 레닌봉(7,134m)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레닌봉은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에 뻗어있는 트란살라이산맥의 최고봉이자, 산허리가 늘 빙하로 덮여있어 '눈과 산의 바다'로 불리는 세계의 고봉 중 하나다. 특히 정상 부근은 심한 빙식을 받아 많은 곡빙하(谷氷河)를 이루고 있으며, 혹한과 시속 130㎞의 강풍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곳이다.

그래서 이씨의 어깨는 더 무겁다. 이번 원정에서 등반대장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번 원정대원 9명 중 2명은 해외원정등반 경험이 없어요. 해발 4천m부터 나타나는 고소증세를 처녀 등반하는 후배들이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돕고, 돌발 상황이 닥쳤을 때 신속한 판단으로 대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어요. 책임이 무겁습니다."

고교시절부터 산악부원으로 활동했고 풍부한 해외원정경험으로 단련된 이씨도 늘 등반을 앞두고는 긴장한다고 했다. "산은 워낙 변화무쌍합니다. 종잡을 수가 없어요. 더구나 대학생활에서의 마지막 해외원정등반이기에 성공에 대한 부담감도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이번 원정은 대구경북학생산악연맹이 전국 최초로 개최한 '전국 60㎞극복 등행대회'의 50주년 기념행사로 마련됐다. 그는 "18일 출국해 다음달 19일까지 33일간의 원정길에 오릅니다. 무사히 레닌봉 등반을 마치고 돌아오면 남은 마지막 한 학기 동안 중등교사임용시험에 매진할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정이 '필생의 꿈'이라는 그는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면 그 어떠한 난관도 극복해낼 수 있다. 대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원정을 잘 마치고 돌아오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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