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나무와 녹지가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1인당 숲 면적이 9.3㎡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1996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푸른대구가꾸기' 사업 덕분에 대구의 녹지 규모는 2006년말 현재 18.9㎢, 식재된 나무는 605만 그루에 이른다. 이쯤되면 대구의 도심 기온도 낮아지고 열대야 현상도 줄어야 하지만 대구의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열대야는 벌써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왜 폭염은 줄어들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의 바람길(風道)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구는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 상 북구 칠곡, 달서구 대곡, 수성구 지산 일대 등 도시 중심부를 둘러싼 구릉지가 발달해 있다. 낮동안 뜨거워진 공기가 해가 지면 식어서 구릉지로 내려와 도심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구릉지마다 대단위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이 같은 바람길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고층 아파트는 콘크리트의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햇볕을 받는 부분이 늘어나 열섬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신천변과 동대구로를 따라 들어선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바람길을 막는 주된 원인 중에 하나다. 신천은 하천이어서 주변에 비해 기온도 3, 4℃가량 낮다. 동대구로도 조경숲이 조성돼 주변 지역에 비해 기온이 3℃이상 떨어진다는 것.
기온차는 바람을 만들고 해가 지면서 차가워진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가 된다. 남향으로 지어진 예전 아파트들은 신천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지 않지만 최근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건폐율을 높이기 위해 'ㅁ' 형태로 지어지기 때문에 바람길을 막는 주된 원인이 된다고 한다. 더구나 황금네거리와 범어네거리 일대에 들어서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은 아파트 주민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건물 이면의 주민들은 더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최영식 영남이공대 건축과 교수는 "대구 도심으로 유일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초고층 주상복합건물들이 인위적으로 막아버리는 형국이어서 피해는 대구시민 전체에게 돌아온다"며 "주차장을 지하로 넣고 아파트 내에 조경녹지를 꾸미더라도 그 아래는 모두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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