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주빛 피부의 비밀? 보석 함유 화장품

보석화장품이 각광받고 있다. 진주와 금, 다이아몬드 등 보석이 가진 미백, 보습, 세포활성 작용을 피부에 접목, 화장품의 기능성을 더했다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보석화장품은 고가의 보석 성분 함량으로 인해 가격 역시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을 호가한다. 보석화장품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보석화장품 쏟아지다

지난해 해외 유명 화장품 회사인 B사에서 4가지 보석 성분이 함유된 보석화장품을 출시했다. 이 업체는 말라카이트와 토르말린, 시트린, 사파이어 등 4가지 보석 성분을 한꺼번에 사용, 화장품의 기능을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부톤 결점을 보완해주는 말라카이트와 에너지를 강하게 발산해 준다는 토르말린까지 보석의 뛰어난 효과를 그대로 피부에 재연시켰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최근엔 국내 화장품 브랜드에서도 호박과 순금, 진주 등 보석 성분을 담은 파운데이션과 에센스, 선크림을 출시했다. 보석 성분이 들어간 만큼 가격 역시 기존 제품에 비해 2, 3배가량 높다. 업체들은 진주의 항산화 작용과 보습효과로 노화가 방지되며, 노폐물 흡수 역시 예방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보석화장품 정말 좋을까?

보석화장품들은 보석성분이 얼마나 들어갔느냐에 따라 수만원에서 심지어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것들까지 출시돼 있으며, 금, 다이아몬드, 진주에서부터 호박, 토르말린, 크리스탈 등 20여종의 보석이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보석화장품에 대한 검증된 연구결과는 없는 상태. 심지어 화장품 제조업체조차 그 효능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L사의 한 선임연구원은 "보석 화장품의 기능이 입증된 적은 없으며 다만 동의보감이나 과거 문헌에 기대 금이나 다이아몬드, 진주 등의 효능을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시원찮은 답변을 내놨다. 결국 수백년의 경험이 그 효과가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대학병원 피부과 전문의들도 보석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등재된 보석들의 종류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보석의 효과는 임상실험을 거쳐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다고 한다.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최윤석 교수는 "피부과 학회를 중심으로 보석의 기능이 피부에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능이 검증되지 않은 채 탁월한 기능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광고할 수 있는 이유는 보석화장품이 기능성 제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현행 기능성 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엔 '자외선 차단과 미백, 주름개선' 기능에 한해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화이트닝, 피부노화 방지' 등의 우회적인 표현 등에 대해서는 단속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청의 화장품팀와 의약품관리과 확인 결과, 보석화장품이 기능성 화장품으로 심사를 받은 것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현재 한국에는 보석 광물을 나노(1/10억) 크기까지 분쇄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기본적으로 보석 광물이 피부에 흡수될 경우, 모공을 막고 노폐물을 쌓이게 만들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보석이 가진 미백·보습·세포활성 작용을 접목시켜 기능성을 강화했다는 '보석화장품'이 시중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보석 화장품의 경우 보석성분 함량을 높이기 위해 오일 성분을 많이 사용해 피부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종종 보석화장품의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으니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피부타입을 고려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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