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프간 피랍 1년, 그들은 지금…

1년 전 7월 19일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에 납치돼 2명이 살해되면서 전 국민을 충격 속으로 빠뜨렸다. 그 후 피랍 42일 만에 풀려난 생존자들은 현재 대부분 충격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당시의 충격과 슬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했다.

올해 초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샘물교회 강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피랍자 대표 유경식(56)씨는 최근 정기간행물에 '아프간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아픔'이라는 제목으로 피랍 경위와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기고했다. 피랍 당사자가 서술한 글로는 처음으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외부에 알렸다.

유씨는 "어렵고 민감한 일이라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얘기를 1년이 지난 지금은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기도 했고 배형규, 심성민씨의 죽음 등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자(38·여), 김지나(33·여)씨에게 석방을 양보해 감동을 줬던 이지영(37·여)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올해 초 모 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웹디자이너로 활동을 하다 아프간 선교활동을 떠났던 이씨는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껴 전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함께 납치됐다 풀려난 송병우(34), 임현주(33·여)씨는 지난 1월 12일 샘물교회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선교활동을 하며 처음 만나 피랍 생활과 석방 후 치료 과정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왔다.

또 피랍자들 중 김경자씨와 함께 먼저 석방됐던 김지나씨도 샘물교회 신도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 지난해 말 화촉을 밝힌 뒤 피랍 전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했다.

퇴원 이후 재입원하며 좀처럼 건강을 회복하지 못해 주변의 걱정을 샀던 이성은(25·여)씨도 치료를 마치고 다니던 학교에 복학했고, 막내 이영경(23·여)씨는 다음 학기에 복학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생존자들은 퇴원 이후 전화번호를 변경한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거나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며 조심스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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