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과 도심 소공원 등지에 무궁화가 세상사 무심한 듯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해 여름 방문했던 미국 동부의 한 소도시 아파트단지 수영장 한쪽에 피어있는 무궁화를 발견하고는 상큼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성스럽고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의 '샤
론의 장미'라는 학명을 갖고 있는 무궁화
는 세계적으로 250여 종,
한국에는 200여 종이 있
다 한다.
새벽에 꽃이 피었다가 석양 무렵 꽃잎이 오므라 들기 시작, 해가 진 후면 몸을 돌돌 말아 미련 없이 땅에 떨어진다. 7월부터 10월까지 가지마다 차례로 한 송이씩 꽃을 피우기 시작, 서너 달 이상 날마다 새로운 꽃을 피운다. 그래서 이규보도 無窮花(무궁화)라고 했다. 왕성한 번식력과 끈질기고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평양 이남에선 어디서든 잘 자란다.
중국의 지리서인'山海經(산해경)'에 무궁화를 언급한 대목이 있고, 최치원이 唐(당)에 보낸 국서에 신라를 槿花鄕(근화향)으로 기록한 것으로 미뤄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었다. 白衣(백의)를 貴(귀)히 여김은/뉘도 너를 못 딸으리/義(의)로운 콧마루가/第一(제일) 먼저 울던 날도/火焰(화염)에 버선발 묻고/네 어루는 江山(강산)은/가시가 들어 아파도/(중략) 歷史(역사) 밖/岐路(기로)를 걷는/過誤(과오) 다시 없으리-김준현의 시'근화사'에서 보듯 온갖 시련을 꿋꿋이 이겨낸 겨레의 꽃이다.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무궁화를 민족의 상징으로 삼으면서부터다. 1933년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를 통한 민족혼 고취운동이 일제의 탄압을 받게 되면서 전국의 무궁화가 모두 뽑혀 나갔다. 일제가 한국인의 얼과 정신을 있게한 무궁화를 도태시키는 것이 우리의 기개를 꺾는 것으로 알고 무궁화 말살 운동을 편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무궁화를 진딧물이 끓는 불결한 꽃으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탓에 한때 國花(국화)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무궁화를 뽑아 없애려 했던 저들이 이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 끊임없이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인들. 박근혜식 어법을 빌리자면'참 나쁜 사람들'이다. 이참에 독도에 무궁화동산을 한번 만들어 볼까.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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