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한화 이글스와의 대구 홈 3연전을 싹쓸이했다. 20일 삼성은 임시 선발 투수인 정현욱에 이어 등판한 조현근이 3과 1/3이닝 1실점으로 호투, 마지막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박한이와 신명철의 방망이가 불을 뿜어 5대4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삼성은 5연승을 질주, 4위 롯데와의 승차를 1.5경기 차로 좁혔다.
정현욱은 올 시즌 삼성 마운드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시즌 초반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를 무기로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6월 이후 승리를 굳히기 위한 불펜의 핵으로 활약해왔다.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는 가운데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정현욱을 선발로 낸 것은 5연승을 노린 승부수였다.
모처럼 선발 등판한 정현욱에게는 쉽지 않은 경기였다. 7월 들어 정현욱은 이미 불펜 투수로 14이닝을 던졌다. 이 정도만 해도 웬만한 불펜 투수가 한 달 동안 던진 투구 이닝. 6월(19와 1/3이닝)에 이어 7월에도 많이 던졌던 정현욱은 다소 지친 듯 2회 추승우, 윤재국, 덕 클락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맞아 3점을 내줬지만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5이닝을 버텼다.
하지만 삼성은 한화 선발 정민철(6이닝 4피안타 1실점)의 노련한 투구에 말려 좀처럼 경기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정민철의 빠른 공은 대부분 시속 130㎞대 중반에 머물렀으나 절묘한 완급 조절로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삼성은 0대3으로 뒤지던 5회말 김창희의 중전 안타에 이어 진갑용이 왼쪽 담장을 바로 맞히는 2루타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8회초 1점을 더 내주는 바람에 1대4로 점수 차가 벌어지며 패색이 짙어진 8회말, 박한이가 삼성을 구했다. 박한이는 8회말 한화 불펜의 핵 윤규진으로부터 우월 3점 홈런을 날려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한이는 전날에도 1대2로 뒤지던 8회말 1사 1, 2루 찬스 때 한화의 특급 마무리 투수 브래드 토마스로부터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4대3 역전승을 이끌었다.
9회초를 잘 막은 삼성은 9회말 선두 타자 최형우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려 물꼬를 텄다. 2루까지 바로 내달린 최형우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김창희가 내야 땅볼로 물러난 뒤 한화는 힘이 좋은 타자 채태인을 고의 사구로 걸렀다. 다음 타자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이 0.193에 불과했던 신명철이었기 때문.
신명철은 이날 선발 출장하지 못한 채 8회말 안타로 출루한 진갑용의 대주자로 경기에 나선 참이어서 이번이 첫 타석. 1사 1, 2루 위기에 몰린 한화는 마정길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신명철이 받아친 공은 전진 수비를 펼치던 중견수 클락의 머리를 넘어 외야 펜스를 굴러갔다. 2루 주자가 가볍게 홈을 밟으며 신명철의 타구는 끝내기 안타로 기록됐다.
한편 다른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 경기는 비로 연기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20일 야구 전적
한화 030 000 010 - 4
삼성 000 010 031 - 5
▷삼성 투수=정현욱 조현근(6회) 권혁(9회·4승) ▷한화 투수=정민철 구대성(7회) 윤규진(8회) 김혁민(9회·2패) 마정길(9회) ▷홈런=박한이(8회 3점·삼성)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