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민족 다문화 사회] 베트남-경주 영상편지

"한국말 서툴러 걱정했는데 선생님까지 됐다고?"

지난 8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남서쪽으로 5시간 달려 도착한 동탄시. 4년 전 경주시 율하동으로 시집온 팜티뮈띠엔(26)씨의 친정집 앞에는 좁은 다리가 가로놓여 있었다. 자동차로 넘을 수 없어 다리 앞 한 노점상에서 그의 가족을 만났다. 팜티뮈띠엔씨로부터 받은 동영상을 가족들에게 보여준 뒤 그들의 영상을 담아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5일 경주로 찾아가 전했다.

◆사랑하는 딸에게-엄마의 영상편지

나의 딸 보아라.

화면상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외손녀 수정(3·여)이를 보니 너무나 행복하구나. 우리 걱정은 하지 말아라.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아버지, 동생(팜항룡·8)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단다. 동생은 저녁 때만 되면 큰 길이 내려다보이는 동네 언덕에 오르곤 한단다.

"저녁 먹지 않고 왜 이러고 있어"라고 나무라면 "엄마(동생은 팜티뮈띠엔씨를 엄마라고 부른다) 곧 온단 말야" 하고 울어 버리기 일쑤야.

사랑하는 내 딸아.

한국으로 널 떠나보내고 엄만 우리 딸이 한국말이 서툴러 혹 시어른께 실수나 하지 않을까, 남편에게 미움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단다. 하지만 한국에서 선생님(결혼이주여성 한국어 방문 지도교사)까지 됐다니 엄만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대학교에 들어갈 때 사범대에 가서 선생님이 되는 게 어떠냐고 엄마가 물었지? 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며 경제학과를 택했지. 그때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단다.

가난한 엄마 밑에서 바르게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엄마는 누구보다 내 딸을 믿는다. 그리고 사랑한다.

◆보고싶은 부모님께

엄마의 영상편지를 본 팜티뮈띠엔씨의 눈가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무릎 위에 앉힌 수정이에게 울음섞인 말로 '할머니야 할머니'라고 말했다.

영상 속에 함께 나온 가족들을 살피며 "2년 전에 찾아갔을 때보다 아버지가 너무 야위었네요"라던 그는 동생이 화면에 비치자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제가 시집올 땐 네살이었는데…. 2개월 때부터 제가 우유도 타서 먹이고 업어 키우다시피 했어요."

동생은 영상편지 끝에 "누나 보고 싶어. 올 때 꼭 장난감 사와"라고 말했다. 동생의 모습에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동생은 장난감을 너무 좋아해요. 장난감을 사 주면 밤새 끌어안고 잘 정도예요."

팜티뮈띠엔씨는 이달초 경주의 한 단체에서 진행하는 결혼이주여성 친정엄마 초청 사업에 지원을 했다. 그 뒤로는 혹 당첨됐다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싶어 좀체 전화기 옆을 떠나지 못한다.

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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