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대졸자 30%가 비정규직…'백조'의 비애

"정말 취업하고 싶어요. 눈을 낮췄는데도 갈 곳이 없어요."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김은정(가명·25)씨는 요즘 눈을 뜨자마자 인터넷에서 취업정보를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역 A대학 경영학과를 나온 그녀는 졸업할 때만해도 금융권에 문을 두드렸다. 학점도 괜찮았고, 토익점수도 남들 못지않게 받았다. 틈틈이 봉사활동도 다녔다. 그러나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원서만 100통 이상 썼을 거예요. 이젠 자신도 없고, 아무 곳이라도 받아주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고학력 여성들이 취업전선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취업난 속에 '전공불문''하향지원'까지 불사하지만, 취업에 성공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기업체 입사를 포기한 졸업예정자나 졸업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교사임용이나 공무원 시험뿐이다.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결혼을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공불문 '공시생'

"여대생의 경우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직종이 한정돼 있어 취업이 더 어려워요. 너나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죠."

17일 오후 4시쯤 경북대 도서관. 여학생들의 책상에 놓여 있는 것은 대부분 공무원 시험 준비서였다.

공무원 시험을 치르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모(28·여)씨.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도전을 시작했지만 사실은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면서 선택한 길이다.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성적도 괜찮았어요. 면접도 잘 봤는데, 인사담당자는 여자 비율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군요. 번번이 고배를 마셨죠."

2년 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박모(28·여)씨. 4년제 대학을 2년간 다니다 그만두고 취업이 잘 될까 해서 선택한 전문대 물리치료과. 그러나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 공부를 좀 더하기로 했다. 박씨는 "보건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여대생의 취업 문은 상대적으로 더 좁아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공무원 시험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07년 취업통계에 따르면 대구소재 대학 여성 졸업자는 4천706명. 이 가운데 취업자는 2천484명으로 취업률은 52.8%에 불과하다. 졸업생 중 454명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1천664명은 취업을 하지 못했다(나머지는 미상).

취업을 하더라도 정규직은 1천705명이며, 임시직이나 시간제·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31%나 됐다.

지역의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여성들 경우 집과 가까운 근무처를 원하다 보니 '전공불문', '학력 하향' 지원 사례도 눈에 띄었다.

경북대 경우 여성 졸업생 중 정규직 취업률은 2006년 46.5%에서 2007년 37.5%, 올해는 37.1%로 뚝 떨어졌다.

◆'어디라도 좋다'

지난 해 2월 모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모(26·여)씨는 졸업 후 1년 반 정도 직장을 얻지 못하면서 얼마 전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대기업 총무직 파트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면접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최근 충북의 한 중소기업 영업부에 원서를 낸 그녀는 최종 학력란에 전문대졸이라고 학력을 낮춰 넣었다.

취업 대신 결혼을 택하는 사례도 많다. 시간제 교사로 근무 중인 김모(28·여)씨는 맞선을 보기 위해 주말과 휴일을 호텔 커피숍에서 보낸다. 김씨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나이도 있고, 자신감도 없다"며 "일단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남성과 결혼해 몇 년 시간을 가진 뒤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취업사이트 코잡 최정호 본부장은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직종이 적어 전문성을 갖추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여성취업센터를 활용하거나 여성 친화기업이나 부문을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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