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가 대구에 유통된 지 3주째를 넘었으나 아직까지 업체들이 판매를 꺼려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미국산 쇠고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대구 북구의 한 고깃집은 제주도 생돈육을 주로 취급하지만 '미국산 쇠고기'도 메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5월 말부터 냉동 미국산 눈꽃갈빗살을 1인분(120g)에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루 판매량은 평균 10인분 내외가 고작이다. 이곳에서 제주산 생삼겹과 목살이 하루 평균 250인분 가까이 팔려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아직까지 미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업주 J씨는 "입소문이 퍼지면 앞으로 더 많은 손님들이 찾을 것이며 가격과 품질 면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시중에서 '미국산 쇠고기'라고 버젓이 내놓고 장사하는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육류 중간도매 업체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를 보유하고 있는 식당이나 정육점은 꽤 되지만 '미국산 판매'라고 공개적으로 나서는 곳은 거의 없다"며 "홍보가 되지 않으니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 일부 업체들은 다시 반품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경우 확보해 놓은 미국산 쇠고기 물량 중 3분의 2가 여전히 냉동창고에 들어있다고 했다.
이는 지역의 보수적인 정서에다 강화된 원산지 표시제가 한몫했기 때문이다. 메뉴판에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한우' 혹은 '국내산 돼지고기'가 아니면 아예 손님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우 생산·유통이 활발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경북지역의 경우 한우 생산량이 전국 1위를 달리는데다 올들어 5월까지 도축한 3만5천두 중 3만1천두(88.5%)가 한우였다.
식품유통을 하는 박모(49)씨는 "요즘은 돼지고기 매출이 아니면 아예 장사를 접어야 할 정도"라며 "원산지 표시제 강화로 호주산 쇠고기 매출이 예전의 20%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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