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 완전정복' 전문가 3인의 조언

▲ 방학 동안 논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논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시교육청 한원경 장학관, 박병윤논술전문학원 박병윤 원장, 경명여고 한준희 교사.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방학 동안 논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논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시교육청 한원경 장학관, 박병윤논술전문학원 박병윤 원장, 경명여고 한준희 교사.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논술'이란 말만 들어도 답답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더구나 대학 입시 논술이 워낙 어렵다 보니 고3 학생 상당수는 학원에서 배운 대로 주입식으로 모범답안을 달달 외워 시험을 치르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조차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교육정책과 한원경 장학관과 경명여고 한준희 교사, 박병윤논술전문학원 박병윤 원장 등 3명의 논술지도 전문가들과 함께 논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학생들이 논술을 무척 어렵게 생각하는데, 논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됩니다. 논술이 왜 중요한가요?

▶한준희:객관식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의견이 극단적으로 대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여러 답 중에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에 익숙하기 때문이지요. 논술은 자기 주장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의견을 점철시키는 것이죠. 결국 토론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논술입니다. 요즘은 회사에서도 토론 문화가 요구되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자신의 생각을 함축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한원경:논술이란 것이 대학에 들어가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법학전문대학원나 의학전문대학원을 가더라도 논술이 중요 항목이 돼 있고 고위 공무원 시험에도 논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공기업이나 공사 시험에도 논술이 들어가는 등 취업을 할 때도 논술이 빠지는 경우를 잘 찾기 힘들죠. 미리 논술 힘을 키워놓으면 나중에라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요즘엔 초등학생들 사이에도 논술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논술도 조기교육이 중요한가요?

▶한원경:초교생부터 논술의 기술이나 요령을 가르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순간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결국 한계가 나타납니다. 본격적인 논술 준비는 논리적 사고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 시기가 좋다고 봅니다. 초교 때는 정서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책 읽기나 글쓰기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초교 때는 무엇보다 글쓰기와 친해져야 하니까요. 그렇게 하다 중학교 2, 3학년 때부터 일반적인 논술을 공부하더라도 늦지 않습니다.

▶박병윤:맞습니다. 논술의 기본은 책읽기입니다. 초교 5, 6학년 때는 정서적인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 위주로 독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뒤 중학교에 들어가서 교과서에 언급된 고전 등을 틈틈이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책 읽기가 논술의 가장 기초가 된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책이 논술에 도움됩니까?

▶박병윤:적잖은 고교생들이 논술고사 준비를 위해 서울대 선정 도서를 읽습니다. 하지만 이 도서 중엔 너무 어려운 책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교수들조차 어려워하는 책입니다. 가장 적합한 것은 자신의 학년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지문이 소개된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되, 좀 더 나아가 교과서에 소개된 내용이 나오는 원전이나 고전을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준희:지금의 논술 형태가 수능시험의 언어영역을 조금 진화시킨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고교생의 경우, 대학 입시를 고려해야 하니까 현실적인 질문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선 시사와 관련된 책들이 좋겠죠. 예를 들어 최근 이슈가 되는 광우병이나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등 시사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책이나 신문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방학 때가 논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한원경:초교 때는 학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책을 따로 읽고 토론하는 것도 좋고요. 그렇게 하면 책의 내용을 자연스레 요약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의 경우는 학부모와 어울리기가 부담스러운 때이니까 또래 학생들과 일주일에 한두 차례 모여 책과 관련된 토론을 하거나 방과후학교나 도서관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글쓰기도 병행하면 좋은데요. 독후감, 일기, 논술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또 모든 교과 내용을 글로 표현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수학에 나오는 수식조차도 글로 옮기면 글쓰기 능력이 많이 길러집니다.

▶한준희:우리 아이와 곧잘 읽었던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요. 의외로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 아이 입에서 쑥쑥 나오더라고요. 그러면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더라고요. 그런 것이 아이의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 같아요. 아이들이 논술을 어려워하는 것은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입니다. 혹시 틀릴까봐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지요. 집에서 아이와 편하게 사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토론 문화를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이 곧 논술교육이지요.

▶박병윤:형식을 따지지 말고 일기를 쓰도록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너무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인 것을 요구하면 글쓰기를 두려워할 수 있기 때문에 한두 줄을 쓰더라도 편하게 쓰도록 하면 좋습니다. 신문을 활용할 때는 사설을 요약하는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지요. 중학교 때는 논술의 기본기를 닦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회나 과학 분야의 고전을 많이 읽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합교과 논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한준희: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신문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된 주제를 모아 그 주제를 교과서와 연결시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포털사이트에 있는 사설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유익하다고 봅니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요. 그런 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고 학교의 담당 선생님에게 첨삭을 부탁하면 좋을 듯합니다. 부모님들은 신문에 난 사설을 스크랩해 학생이 틈틈이 읽어볼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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