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무이! 우짤라꼬 늑대 새끼(?)를 동네로?"
지난 주말 경남 합천군 율곡면 갑산리 마을회관에서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 난데없는 '늑대 논쟁'을 벌였다. 한 할머니가 뒷산에서 붙잡아온 산짐승이 '늑대 새끼'라는 말에 산으로 되돌려 보냈다는 것.
할머니의 남편 백윤태(78)씨를 비롯한 마을 노인들은 '틀림없는 늑대 새끼'라고 입을 모았다. "어릴 때부터 보아온 영락없는 늑대 새끼였어요." "다리가 강아지보다 길고, 입이 쫑긋 튀어나오고, 색깔이 회색인 것이 틀림없어…."
"진짜 늑대였다면 신고를 하시지 그랬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노인들은 "큰일 날 소리! 예부터 늑대는 새끼를 붙들어가면 틀림없이 마을로 내려와 짐승이나 사람을 물어 죽이는 법이여"라며 '액땜했다'는 눈치들이었다.
'늑대 새끼'를 붙잡아온 할머니는 밭일을 하러 마을 뒷산에 갔다가 7마리의 새끼를 발견하고 그 중 한마리를 붙잡아 마을로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늑대 새끼'라 결론을 짓고 불상사를 막기 위해 원래 있던 곳에 놓아주게 했다는 것.
깊은 산중도 아닌 농촌 야산에 늑대라니? 그것도 남한에서는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노인들이 잘못 본 것이 아닐까?
마을 사람들은 "가야산과 녹대산 등 높은 산이 있고, 인근 용덕산 일대에는 수십년 전부터 돼지와 염소 수백마리를 산속에 방목하고 있어 먹이사슬이 충분하다"며 늑대 가능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 마을 이장 김선용(45)씨는 "우리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늑대에 관한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며 "최근에도 야생란을 캐러간 사람이 늑대를 만나 나무 위로 피신했다는 사례가 있다. 마을에 가축이 사라지면 '늑대짓'이라 단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김명준 박사는 "학계에서 한국늑대(회색늑대)가 남한에서 멸종되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며 "마을 사람들이 잘못 보았을 수도 있지만, 늑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번식기의 늑대는 셰퍼드 등 덩치가 비슷한 개와의 교잡도 가능해 순수 혈통일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늑대는 멸종위기동물로, 공식적으로는 1970년대 말 경북 영주·봉화·안동 일대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합천·산청 일대는 1950년)됐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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