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어떤 흐린 날/이무열

할 일없이 담배를 태운다.

바둑이가 짖으며 내닫은 길 위로

아무도 한 번 가고는 오지 않는다.

구겨진 은박지 속에서는

아이들과 새들의 숨바꼭질이 한창인데

흐려지는 얼굴로 문득

그해 여름 맨드라미꽃 지고 있다.

먹다 밀쳐 둔 수제비 같은

유년의 운동장 가에는

분홍의 바람개비 저 혼자 돌아가고,

잃어버린 사방치기 돌

희미한 기억처럼 빛을 튕기고 있다.

아련하여라

줄레줄레

아직도 국기 게양대 옆 미루나무 잎사귀는

저요 저요 선생님 저요! 잎잎이 눈부신데

사라지는 담배연기 너머로

세상의 길은 구불구불 푸르게 뻗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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