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찍어, 못 찍어…'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의 이해 당사자 간 분쟁으로 준공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업 수지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면서 수익금 보장을 요구하는 시행사와 이를 거부하는 시공사 간 갈등을 비롯해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간 분쟁에서 전체 입주민을 담보로 한 '준공 지연'이 이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입주예정자들이 제 날짜에 이사를 하지 못하거나 미준공으로 등기를 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불거지는 '준공 분쟁'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600가구 규모의 대구 지역 A단지는 예정 준공일을 3, 4일 정도 넘겨 구청으로부터 입주 승인을 받았다.
미분양이 30% 정도 남아있고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으로 추가 사업비가 30여억원 이상 투입되면서 사업 수지가 사실상 적자로 돌아섰지만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준공 전 수익금 보장을 요구하며 준공 업무를 거부, 아파트 사용 승인이 늦어졌다.
시공사 관계자는 "준공이 늦어지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이사를 못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시행사가 요구한 금액의 절반으로 합의를 하고 준공을 끝냈다"며 "사업을 위해 3, 4년간 고생한 시행사 심정도 이해를 하지만 결국 모든 손해는 시공사만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주한 대구 지역 B단지도 시공사와 시행사 간의 사업비 정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준공 예정일에 승인을 받지 못해 한달여 동안 가사용 승인 상태에서 입주가 진행되기도 했다.
사업비 정산을 둘러싼 갈등이 '준공 지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양에서 준공까지 사실상 시공사가 책임을 지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시행사가 사업 주체여서 시행사 동의 없이는 '가사용 승인'이나 '준공'이 불가능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금이 고스란히 날아갈 처지에 처한 시행사들이 '준공'을 무기로 시공사에 일정 수익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
시공사 관계자들은 "준공 기일을 넘기게 되면 회사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데다 준공 지연에 따른 지체 보상금까지 배상해야 한다"며 "일부 시행사들은 준공 한두달 전부터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갈등이나 알박기 지주의 횡포 등으로 준공을 하지 못하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수성구 A단지의 경우 소유권 이전까지 끝낸 단지 편입 부지의 전 소유주가 등기 이전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걸어 준공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달서구 B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1명이 소송을 제기해 5개월째 준공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준공 지연 단지 늘듯
부동산 업계에서는 '준공 지연' 단지가 향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 한 대표는 "상당수 건설사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건설 경기 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며 "미분양으로 자금원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주장을 펴는 시행사나 지주 등 사업 관계자들에게 수익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전국적으로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아파트 사업장이 늘고 있어 사업비 정산 때 '준공'을 볼모로 한 분쟁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
지역 시행사 한 관계자는 "시행사 입장에서도 아파트 한개 단지를 위해 몇년간 경제적, 시간적 노력을 쏟아부은 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시공사 중 일부는 일방적으로 시행사에만 손해를 떠넘기는 사례도 있어 이로 인한 갈등이 결국은 '준공 지연' 등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한편, 제때 준공을 받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 예정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분양 대행사 장백 박영곤 대표는 "입주 예정일에 제때 이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시공사로부터 지체 보상금을 받게 되지만 준공이 장기간 지연되면 등기 또한 늦어져 재산권 권리 행사에 문제가 발생하며 정신적으로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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