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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베이징올림픽] 수영 '박태환 對 해켓'

둥근 물방울 입자로 사각형 건물의 외관을 장식한 베이징올림픽 국가수영센터 '워터 큐브(water cube)'. 박태환(19·단국대)과 그랜트 해켓(28·호주)이 남자 수영 400m 금메달과 세계 기록(3분40초08) 경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곳이다.

국제 수영계의 변방인 한국에서 나타난 기린아 박태환에게는 이번이 두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중학교 3학년생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너무 긴장했던 탓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출발 실수를 저지르며 실격했었다. 그 후 4년. 어리게만 보였던 박태환은 400m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급성장했다.

박태환의 강점은 막판 스퍼트가 돋보이는 점. 장거리 선수임에도 순발력이 좋고 순간적으로 힘을 쏟아 붓는 능력도 뛰어나다. 육상 400m처럼 수영 400m 역시 장거리와 단거리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종목이어서 박태환과 궁합이 잘 맞는다. 박태환은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3분43초59로 이 종목 개인 최고 기록이자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박태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호주 수영팀의 주장인 그랜트 해켓. 세계적인 수영 선수들이 대부분 2m에 육박하는 거구인 것처럼 해켓 역시 198㎝, 90㎏로 박태환(181㎝, 74㎏)보다 훨씬 크다. 해켓은 이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금 1, 은 2개를 목에 걸었을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한 베테랑이다.

박태환과 해켓은 400m와 1,500m에서 경쟁을 벌이지만 박태환의 우선 목표가 400m인 데 반해 해켓은 1,500m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순간 스피드가 떨어진 대신 장점인 엄청난 지구력은 여전하기 때문. 하지만 400m에서도 해켓은 개인 최고 기록이 3분42초51로 박태환에 1초 이상 앞선다.

해켓의 올해 400m 최고 기록은 3월 호주선수권대회에서 세운 3분43초15. 중점 종목이 아니라지만 여전히 400m에서도 강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복병이 등장했다. 미국의 라슨 젠슨과 피터 밴더케이가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각각 3분43초53, 3분43초73을 기록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면서 경쟁 구도가 복잡해졌다.

박태환은 지난해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와 일본국제수영대회에서 최강자 해켓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소년의 티를 벗기 시작한 박태환이 10일 오전 10시20분 열리는 400m결승에서 우승한다면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기념비적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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