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공학에 수학자도 한몫…연구소는 '융합' 실험중

[DGIST 교육기능 선진국서 배운다] (중)일류 연구소는 '융합'

미국 UC버클리의 스탠리홀(Stanley Hall). 2006년말 개원한 스탠리홀은 전자, 화학, 생물, 기계가 통합된 연구단지다. 분산된 연구실을 모두 통합해 기초과학부터 응용학문, 의·약학까지 바이오 분야의 '멀티 컨버전스(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연구시스템이 통·융합되면서 6개월이면 아이디어가 실현될 정도로 효율이 높다. 전공별 교수 37명이 참여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연구하는데 수학과 교수도 참여한다.

UC버클리대 김성호 교수는 "바이오분야는 전자공학을 잇는 차세대 핵심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인접했거나 연계할 수 있는 전공을 통합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의 일류 연구소와 대학들이 '학문 융합', '학제 파괴'에 열 올리고 있다. 이는 특정 전공·분야만으로는 사회의 기술변화를 따라 갈 수 없는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미디어랩(Media Lab). 연구소 입구에 들어가면 '화초 로봇'이 방문객을 반긴다. 사람이 지나가는 상황에 따라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소리도 낸다. 연구소의 작품이다.

이 연구소는 디지털 아트를 연구하기 위해 처음 출발했다. 음악, 영화, 철학 등 인문사회, 예술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기발하고 창조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만든 것.

그러나 최근 들어 나노테크놀러지와 생명공학에 연구초점을 맞추고 있고 전자잉크를 실용화한다거나 세계최초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로봇도 연구개발한다. 특정분야에 한장되지 않은 다목적 연구실이다. 미디어랩은 외부 기관들과 다른대학 연구소와 함께 다학제 대학연구사업(MURI)도 수행한다.

이 연구소는 '연구소 비즈니스 모델'의 전형이 되고 있다. 100개가 넘는 기업과 단체가 스폰서로 참여 랩 전체의 연구비를 조달한다. 일본기업도 10개 이상 참여하고 있다. 기초연구가 근간을 이루면서도 비즈니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레고의 마인드스톰(Mindstorm), NEC의 아기보기 놀이 인형, 스와치(SWATCH)의 ID부착시계 등 기술 상품화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스폰서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가로 성과물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고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의 사업전개에 활용,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산학협력의 성공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미디어랩 유럽(MLE, Media Lab Europe)'을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남미를 포함한 초지역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추관하고 미디어랩과 비전을 공유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엔지니어링학부 학생들은 전공이 없다. 학생들은 학기마다 커리큘럼을 스스로 정한다. 기계공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관련 필수강좌를 제외한 나머지는 어떤 수업이든 들을 수 있다. 또 학부생이 원하면 대학원 강좌도 수강할 수 있다.

스탠퍼드대 경우 커리큘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학문의 융합을 꾀하는 '전공 디자인(IMD)'시스템을 두고 있다. 공부하기를 원하는 여러 학문 분야를 통합시키는 학문의 '컨버전스(융합)'가 핵심이다. 교수가 책임지고 전공디자인을 방문하고 1년에 두차례씩 평가가 이루어진다.

천정훈 MIT 기계공학부 교수는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전공, 학과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며 "학과 시스템을 유연하게 하고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높여 학제적인 연구를 해야만 세계적인 성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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