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문고본 열풍, 대한민국이 뜨겁다

베스트셀러도 작아져 간다

12×17㎝. 작은 책이 출판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핸드백 안에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볍다. 가격 또한 일반 보급판의 40~60%로, 실용적이고 부담이 적다.

소위'핸디북','포켓북'이라 불리는'싸고 작은'문고본 열풍이 불고 있다. 열풍의 진원지는 유통업체인 신세계 이마트. 이마트는 지난해 9월, 기존 출간된 베스트셀러를 일반책 크기의 75% 수준으로, 가격은 60%로 낮춘 '핸디북'으로 출시했다. 출시 첫 달엔 대구에서 거의 판매가 되지 않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엔 4만4천권이 판매될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도서판매의 10%를 차지할 정도.

문고본이 인기를 끌자 이마트는 그 종류를 200종으로 확대하고 계산대 앞에도 핸디북을 진열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말 작은 크기의 포켓북을 단독기획상품으로 개발, 판매중이고 롯데마트와 편의점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출판업계도 마음이 급해졌다. 문고본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단행본 출판사들과 대형서점들도 본격적으로 핸디북 제작, 판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시장에서 '문고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출판인'서점인연합회인 한국출판유통발전협의회 주도로 21개 출판사가 지난 4월 '보급판 문고본 대전'으로 101종을 한시적으로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엔 내로라하는 국내 중견 단행본 출판사들이 손잡고'핸드 인 핸드 라이브러리'시리즈를 선보였다. 김영사'문이당'열린책들'학고재'효형출판 등 17개사는 각사의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모아 문고본으로 만들어 1차로 6개 분야 80종, 106권을 내놨다. 이들 문고본들은 실용서 뿐만 아니라 인문'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대형유통업체'대형서점'온라인서점 등 어딜 가든 문고본을 만날 수 있다.

교보문고 전길채 주임은 "문고본을 판매한지 두달쯤 됐는데, 최근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난데다 갖고다니기 편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출판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문고본이 과연 출판산업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서출판 나' 안성준 대표는 "문고본이 많이 팔리자 출판사들이 너도나도 문고본 출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고정비인 인쇄비와 종이값을 제외하고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면 사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은 아주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는 앞으로 시장이 분화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기존 책들은 여전히 서점을 통해 판매되고 문고본을 비롯한 저가책은 대형할인점이나 온라인서점 등을 통해 판매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독서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문고본이 저가인데다 휴대가 편리하고 소형이라는 장점이 있어 독자들의 수요가 큰 만큼 양질의 콘텐츠가 보장된다면 장기적으로 문고본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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