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진량공단에서 일하는 이영수(38)씨는 이달 초 40만원짜리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구입했다. 업무차 대구 성서공단 업체들을 자주 찾는데 공단 내에서 길을 헤매다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위치 설명을 들어도 업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지나치기 일쑤고, 제대로 된 이정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는 김형민(39)씨는 성서공단의 첫 인상에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말 계약체결을 위해 이 곳을 방문했다는 김씨는 "공단 규모에 비해 건물은 낡았고 거리 환경도 삭막해 대구를 대표하는 공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시 전체 공단 면적(20.29㎢)의 절반(10.83㎢)을 차지하면서 2천444개의 각종 제조업체가 모인 성서공단. '대구 대표 공단'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회색 일색과 불편한 내부 환경을 지적받아온 성서공단이 컬러풀한 '도심형 공단'으로 이미지를 바꿀 채비를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은 지난 달 지식경제부 공모사업에 신청한 '성서산업단지 통합 사인(Sign) 시스템 공공디자인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구청에 따르면 국비 8천750만원과 구비 3천750만원 등 총 사업비 1억2천500만원을 지원받아 내년 4월까지 '통합 사인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는 것. 통합 사인 시스템은 외국의 도시처럼 업체 이정표와 간판 등을 한자리에 모아 알기 쉽도록 하고 야간 조명, 노상 벤치 등을 현대식으로 통일화해 깔끔한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달서구청 김영진 경제과장은 "일단 시스템부터 개발해놓고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홍보탑과 안내표지판, 도로환경 등을 정비할 계획"이라며 "외부인이 단지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디자인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야간 조명을 공단내 곳곳에 설치해 해가 지면 어둡고 침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가로등, 가로수, 공원의자 등도 단지별로 통일된 색상으로 꾸미는 등 공단 외양을 대폭 손질할 예정이다. 성서공단 관리사무소 측은 "연간 12조원의 제품을 생산, 130여개국에 수출하는 성서공단의 규모에 걸맞게 이번 사업이 공단을 찾는 외국인 바이어 등 외지인에게 활기찬 분위기를 심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올초 성서공단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침체한 성서공단 이미지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는 기업인들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달서구청 강상국 경제환경국장은 "성서공단 이미지 개선 사업이 완료되면 성서공단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의 편의는 물론 쾌적한 산업단지 조성이 가능해 명실상부한 지역 대표 공단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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