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노트'(super note)는 한 마디로 '미화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조지폐'를 뜻한다. 그저 얼핏 보기에 진짜와 똑같은 지폐가 아니라 실제 위폐감별기에 넣어도 '진짜'라고 판정할 만큼 진폐 이상의 위폐를 슈퍼노트라고 부른다. 물론 20달러 및 50달러 위폐와 심지어 1달러짜리 조잡한 위폐도 있지만 슈퍼노트는 주로 100달러짜리를 지칭한다.
1990년대 초반 등장한 슈퍼노트는 위폐 감별기를 가볍게 통과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종이에 새겨넣은 'USA100'이라는 미세 글자가 새겨진 머리카락 두께의 폴리에스터 은폐은선, 특정부위의 숨은 무늬까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발견되는 슈퍼노트는 일련번호까지 다르다는 점. 과거 위폐는 일련번호가 똑같았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미국은 단순 개인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조직력을 갖춘 집단을 슈퍼노트 제조자로 의심하게 됐고, 이를 북한이라고 지목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급기야 지난 2005년 열린 6자 회담에서 북한을 위조 달러 제조국가라고 주장하면서 회담을 틀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북한이 슈퍼노트 제조국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독일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색다른 주장을 폈다. 이 신문은 정교하게 위조된 50달러 및 100달러짜리 슈퍼노트는 미국 정보기관이 비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량으로 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유럽 및 아시아의 위조지폐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주장했다. 북한을 위조지폐 제조국으로 몬 것은 압박용 수단이며 북한은 자국 지폐조차 생산할 능력이 못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신문은 CIA가 워싱턴 근교의 비밀 인쇄 시설에서 위조 달러화를 제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북한과 슈퍼노트의 관계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해 3월 미국 공화당 에드워드 로이스 의원은 '갱단 정권, 북한은 미국 달러를 어떻게 위조해 왔는가?'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위조지폐 네트워크는 전세계 130개 나라에 퍼져있으며 ▷미국은 1989~2006년 북한에서 제조한 것으로 보이는 5천만달러 상당의 슈퍼노트를 압수했으며 ▷미국 비밀조사국이 슈퍼노트 인쇄와 북한 정권의 연관성을 확인했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슈퍼노트가 다량으로 발견된 곳에는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북한인이 있었고, 미국은 북한이 시변각 잉크와 요판 인쇄기, 특수용지 등을 구입한 내역을 증거로 갖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이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은 알 길이 없다.
다만 미국은 지난 1996년 100달러 화폐의 일부 도안을 68년만에 바꾸었다. 슈퍼노트 때문이었다. 하지만 슈퍼노트는 근절되지 않았다. 결국 올해 안에 다시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100달러 신권이 선보인다. 65만개에 이르는 미세한 원형 유리렌즈로 만든 은선을 삽입하는데, 빛 아래서 움직이면 렌즈 안에 새겨진 이미지가 나타난다고 한다. 광섬유 등을 사용해 지폐의 종이 자체에도 얇은 은선들을 숨겨둘 계획이다. 이밖에도 위폐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선보인다고 한다. 과연 슈퍼노트는 사라질 것인가?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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