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해 보입시더 운동' 같은 게 필요합니다."
김영진(54) 국토해양부 감사관은 "대구경북이 다른 시도에 비해 경제적으로 많이 뒤처져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잘 살기 위해서는 과거 새마을운동을 할 때처럼 단합된 마음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구경북 경제살리기 특별팀'을 상설화해 정치권·경제계·학계 및 시도민과 공동 노력해 지역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롭지는 않으나 정부 부처 공무원이 말하니 귀에 쏙 들어온다.
그의 인생도 '한번 해 보입시더'를 닮은 것 같다. 지난 1984년 5급 특채로 감사원 사무관에 임용돼 공직을 시작한 이후 줄곧 감사 업무를 맡아왔는데, "한번 일을 맡았다고 하면 워낙 철저하게 파헤치는 바람에 '진돗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특히 2006년 사학 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을 때는 감사원의 사회복지감사과장으로 감사반장을 맡아 반원 191명과 함께 전국의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대규모 감사를 벌였으며 당시의 성과를 인정받아 감사원의 64개 과중 업무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건설교통부 감사관으로 옮긴 뒤에는 4, 5개월 만에 건교부를 국가청렴위 선정 우수 정부기관으로 올려놓았다. 다른 기관들에 비해 비리 문제가 많이 불거져왔던 건교부 사상 청렴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1989년엔 독일로 유학, 칼스루헤 대학교에서 도시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통상적으로 5, 6년 걸리는 것을 2년 만에 해치워버렸다. "다양한 정부 기관들을 상대로 감사를 수행하는 게 어렵고 힘들게 느껴져 감사원 초임 때부터 퇴근 후 학원 등에서 관련 업무와 어학을 꾸준히 공부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요즘은 경남대의 정치학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대건고에 다닐 때는 3년 동안 줄곧 반장을 맡았을 정도로 리더십을 보였다. 3학년 때는 연대장으로 대구지역 고교 연합 연대장까지 지냈으며 이것이 육사 지원의 계기가 됐단다.
감사 업무를 맡아온 지도 올해로 25년째. 진돗개로 불렸던 그였지만 인간적인 고뇌가 없지 않았던 것 같다. 90년대 초반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암행감찰 때는 지역의 철도청 공무원이 평일 골프를 치는 것을 적발한 적이 있었다. 당사자가 노조위원장이란 점 등으로 사회적 파문을 의식해 사직을 자청했으나 집안 형편 등을 감안해 주의만 주고 수습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잘 처리한 것 같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자체의 공직 비리 등이 민선 자치제 이후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했다. "각종 선심성 전시행정 등에 들어가는 낭비성 예산이 적지 않은데다, 인·허가 등 각종 업무 처리에서도 담당 공무원이 직접 처리할 수 있을 때도 민원인에게 중앙부처의 의견을 받아오라며 불편을 주는 사례 등이 여전합니다."
국토해양부 감사관으로 옮긴 지도 1년이 돼가고 아직까지는 별 다른 문제점이 불거지지 않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본부 및 소속기관·산하기관 등에 근무하는 직원이 5천700여명이나 되고, 각종 대형 사업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문제들이 터져 나올지를 미리 파악해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단다.
감사 업무로 외길 인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생활 신조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배경을 파악해 감사하게 되면, 그 결과에 대한 승복도 잘하게 됩니다. 이게 세상사는 이치 아닐까요?"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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