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한류 1번지'란 공식은 꼭 들어맞는 듯했다. 거리 곳곳에는 가수 '비'의 사진을 담은 대형 광고판들이 눈에 띄었다. 집집마다 배용준 장나라 송승헌 비 김희선 등 한국 연예인 사진이 벽에 붙어 있었다.
취재진이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들의 친정집을 찾느라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길을 물어 볼 때면 행인들은 "한국에서 왔느냐"고 묻고는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줬다. 지난 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3시간 달린 뒤 뙤약볕 아래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다시 20여분을 걸어서 도착한 하이퐁 사방라 마을. 집에는 그물이 걸려있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었지만 한류 열기는 무척 뜨거웠다.
이곳에서 2년 전 제주도로 시집간 결혼이주여성 리엔(24)씨의 여동생 스언(18)양은 "언니처럼 한국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 뉴엔티리(47)씨도 "딸아이의 행복을 위해선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취재진이 온다는 말을 듣고 벌써 집에서는 스언양의 친구 4명이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비와 장나라를 가장 좋아한다"며 환성을 질렀다. "지금은 고등학생이라 갈 수 없지만 나중에 한국 사람을 만나 결혼할 거예요."
리엔씨의 남동생 타잉(23)씨의 여자친구 푸엉(22)씨 역시 한국의 광팬이었다. 한국으로 일을 하러 가기 위해 고용허가제 희망자로 등록해 놓았다고 했다. "한국으로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한국 제지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는 꼬박 1년간 한국어 공부에 매달려 한국어 시험 200점 만점 중 189점의 고득점을 얻었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와 한국어 통역사로 일하고 싶다는 푸엉씨. 남자친구인 타잉씨가 반대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남자친구도 곧 뒤따라 올 건데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수가 돼도 고작 한화 1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이곳 사회가 싫다고 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흉악한(?) 소문을 들으면 그런 동경이 점점 옅어진다. 한국으로 시집간 언니들이 멸시받고 구타당하는 등 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한국이 미워질 때가 많다고도 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먼 나라로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으로 시집가는 언니뿐만 아니라 일하러 가는 오빠들까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들은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은 과연 그러할까?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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