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무슨 양치기 소년입니까?"
연일 빗나가는 기상청의 예보에 시민들의 불쾌지수가 치솟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25일 비가 퍼붓고 난 뒤 26일 역시 5~20㎜ 정도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지만 비는 새벽시간에 0.1㎜ 더 내린 게 고작이었다. 이 때문에 일기예보만 믿고 나들이 계획을 취소했던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27일 역시 한두 차례 소나기가 예보됐지만 비는 없었다.
지난 21일에는 "장마전선이 남하하면서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20~50㎜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지만 비는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24일에는 "구름 많고 낮 한때 소나기(강수확률 40%)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비는커녕 하늘은 파랗게 맑았고 기온은 35.2℃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무려 10일이나 예보가 틀렸다.
◆대구의 예보점수, 낙제 수준
기상청 홈페이지의 '예보평가'를 분석해보니 7월 들어 대구에 비가 오겠다고 예보된 날은 18일이었지만 그 중 실제로 비가 온 날은 8일에 불과했다. 나머지 10일은 비 예보만 있고 비는 내리지 않았다. 전국 76개 지역의 일기예보 정확도는 평균 78%에 달했지만, 대구의 예보 정확도는 63%에 그쳤다.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당일 오전 5시 예보를 기준으로 평가된 것이어서 실제 하루 이틀 전의 예보와 비교하면 정확도는 더 떨어진다. 대구지역이 부정확한 기상 예보의 최대 피해자인 셈이다.
비 예보만 있었던 날은 오히려 기온이 더 높이 치솟은 경우가 많았다. 이달 들어 33.4도를 기록한 22일, 35.1도까지 오른 18일, 35.6도까지 치솟은 9일 등은 기상청이 대구에 시원한 빗줄기를 예보했지만, 번번이 빗나갔다.
김상진(34·북구 산격동)씨는 "23일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리겠다는 날씨예보를 듣고 저녁에 있는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 우산을 들고 나갔다가 '아직도 기상예보를 믿느냐'는 놀림만 받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못 맞히는 이유는?
대구기상대는 "기상청 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탓도 있지만, 대구만의 특성이 제대로 감안되지 않은 예보를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대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 분지로 비 예보가 어려운데도 별도의 예보장비와 전문가도 없다. 우리나라 면적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대구·부산·울산시 및 경상남북도의 예보를 부산지방기상청에서 모두 관할하고 있어 예보 정확도가 더욱 떨어진다. 경상북도는 충청남북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넓은 면적이지만 충청도에는 대전지방기상청이 있는 반면 대구경북에는 기상대만 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대구기상대의 기상청 승격을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이동한 대구기상대장은 "대구기상대의 경우 부산지방기상청 산하기관으로 별도의 예보관 없이 6급 이하 예보사들이 국지 예보만 담당하고 있다"며 "기상청으로 승격해 특성화된 예보를 해야 기상 오보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은 예보 정확도를 좀 더 높이기 위해 내년에 5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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