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하시지…."
24, 25일 이틀간 평균 227㎜(최대 337㎜)의 '물폭탄'이 쏟아진 경북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석포면 일대는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솟구친 아스팔트, 쓰러진 전봇대. 뿌리째 뽑힌 나무, 무너져 내린 산비탈, 자갈밭으로 변한 주차장, 교량 난간에 걸린 아름드리 수목, 휘어지고 끊어진 철도, 모래밭으로 변한 논과 밭, 유실된 제방…. 말그대로 처참함 그 자체였다.
"겨우 알몸으로 빠져나와 목숨만 건졌다"는 박재인(72·춘양면 애당리)씨는 "이 나이에 언제 다시 집을 지어 살겠느냐"며 "무작정 도회지 자식들에게 찾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막막할 따름"이라고 넋을 놓았다.
졸지에 집을 잃은 춘양·석포·물야면의 40가구 84명의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사흘째 새우잠을 자며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와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에서 보내온 생수와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마을회관과 초등학교로 대피했던 의양4리 운곡마을 주민 40여명 등 150여 가구 주민들은 물이 빠지자 집으로 돌아와 살림살이를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춘양면 서벽리 서벽초등학교 앞 1층 슈퍼마켓과 인근 산골짜기 마을은 바위와 돌멩이로 뒤덮여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고 형체가 남은 집들은 흙과 돌멩이가 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논과 밭은 애써 키운 농작물 대신 흙과 돌멩이로 가득했고 산간계곡과 하천에 놓인 다리는 상류에서 흘러내린 쓰레기와 나뭇가지가 걸려 을씨년스런 모습이었다.
휴일인 27일 공무원과 소방대원·자원봉사자·군인 등 수천명이 동원돼 덤프트럭과 중장비 수백대를 투입한 가운데 사흘째 긴급복구에 나서고 있었지만, 드넓은 피해지역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었다.
소방구조대와 경찰은 실종자 수색에 나섰고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재민들 구호와 긴급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영주소방서는 지난 25일 산사태로 매몰돼 실종된 무속인 정모(48·여)씨 등 2명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였다.
집중호우로 유실된 국도 31호선(현동∼늦재)과 영동선 철도 등 7개 노선 가운데 6개 노선은 응급 복구됐지만 정상 통행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었다. 영동선 철도는 여전히 통제되고 기적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집중호우로 발생한 약 2천여호에 대한 정전 복구작업은 마무리되어 시민들의 정상적인 전기사용이 가능해졌다. 한전 경북지사는 교량 및 도로가 복구되지 않아 접근이 불가능한 일부 마을의 80여호에 대한 복구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형근 춘양면장은 "26일부터 외부에서 지원이 나와 복구에 많은 힘이 되고 있지만, 피해가 워낙 커서 모두가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봉화가 생긴 이래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기는 처음"이라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봉화 수해지역에는 26일 최승룡 소방방재청장이 방문한 데 이어 27일에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현황을 들은 뒤 신속한 복구를 당부하고 돌아갔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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