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특별재난지역' 지정만이 慘劇 극복의 길

춘양 등 봉화 일대가 쑥대밭이다. 사흘 전 수백㎜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결과다. 그런 폭우 때 산악지형 계곡 물이 급격히 불어나는 모습을 목격자들은 흔히 '물이 서서 달려오더라'고 묘사한다. 하지만 이번엔 물뿐 아니라 산까지 그랬다고 했다. 나무조차 쓰러지지도 않은 채 산이 통째 밀려 내려와 마을을 덮쳤다는 얘기다.

그런 정황이니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따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꼭 10년 전이던 1998년 8월 1일 이후 한 달여간 전국에서 벌어졌던 참극이 다시 떠오를 뿐이다. 그때 첫 제물은 지리산 계곡이었다. 하룻밤 새 그곳에서만 110명 가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그 닷새 후에는 경기도 북부권에 상상을 초월한 물 폭탄이 떨어져 또 1백수십 명이 숨졌다.

이번 봉화 참사는 그달 12일 600여㎜나 되는 폭우로 황폐화됐던 상주 이안천 유역의 비극을 빼닮았다. 속리산권 넓잖은 골에 그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골 전체가 확 둘러 파여 버렸듯, 이번엔 백두대간 옥석산(1,242m)-도래기재-구룡산(1,346m) 구간 바로 밑 운곡천 유역이 쓸려나간 것이다.

어제 곧바로 많은 자원봉사자와 공무원'군인 등이 현장에 뛰어들었다. 펄흙이 4m나 되게 쌓였다지만 이들의 부드러운 마음 앞에서는 눈 녹듯 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하지만 그 힘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은 있다. 유사한 폭우가 다시 기습할 경우에 대비해 물 가둘 댐을 만드는 일, 다시는 이런 참극이 없게 항구복구를 철저히 하는 일, 거기에 필요한 엄청난 경비를 마련하는 일 등등이 그것이다.

봉화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줘야 가능해질 일들이다. 어제 국무총리가 현장을 다녀가기도 했으니, 수재민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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