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더위에 올케가 득남을 했다. 사돈댁에는 첫 손자라 기쁨이 충만했고, 친정어머니는 육남매 막둥이가 손(孫)을 얻어 실로 감격스러워했다. 임산부 나이가 30대 중반인데다 임신 초기에 입덧이 심해 양가 어른들의 걱정이 컸었다. 다행히 열달을 모태에서 잘 보내고 조카는 4.23㎏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바깥사돈이 득남을 축하하며 집 근처에 텃밭을 일궈 갖가지 채소 씨앗을 심었으니 같은 단지 안에 살고 있는 올케도 언제든지 수확해 가져가라고 했다고 한다. 올케는 친정아버지가 기른 채소라 할지라도 자신이 물주고 거름을 준 적이 없으니 거저 가져갈 수 없다고 하더란다. 그 말을 듣고 내놓은 방법이 텃밭 두 골을 따로 떼어 '이것은 네 채소밭이다'하고 챙겨줬다고 한다.
이번에는 딸의 마음이 움직이겠지 기대했는데 다른 이유를 들며 또 거절하더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행여 임산부가 남의 밭에 들어가지 않았나 의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태교를 위해 공연한 불안조차 삼가겠다는 올케의 말에 어른들은 직접 채소를 수확해서 갖다 주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쯤은 경험하는 일이 있다. 또래 아이와 놀다가 자기 것이 아닌 장난감을 기어코 손아귀에 넣으려는 경우다. 이때 부모는 두 가지 유형으로 해결 방법을 찾는다.
하나는 네 것이 아니기에 상대 친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 아이를 얼러서 장난감을 나중에 돌려줄 테니 잠시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장난감을 두고 줄다리기를 한다. 눈물, 콧물 뒤범벅이 돼 사방을 시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라도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하는 부모가 현명하다. '네 것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관념을 확실히 심어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유형을 선택하는 부모의 아이는 한 번 경험에서 '네 것도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돼 매번 남의 것을 내 것처럼 가지려 할 것이다. 결국 도덕적 해이를 키워 갈등의 씨앗을 뿌리고 다닌다.
요즘 국내외 사건들을 접하면서 필자는 '네 것과 내 것'의 구분을 확실히 가르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한다. 강화도 윤씨 모녀 살인사건은 유흥비를 충당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두 생명을 휴지조각 버리듯 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낼 때 단호하게 막지 못한 결과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수시로 들고 나오는 것도 일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토라고 단단히 못박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객의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처음부터 길들이지 못한 정부의 능력 부재다. 억지의 싹을 애초에 잘랐어야 했다.
20년의 자녀 교육 경험을 올케에게 구구절절 들려주지 않으련다. 네 것은 내 것이 아님을 조카에게 단단히 일러주며 키울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장남희(구암고 졸업생 임준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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