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둔 엄마들에겐 방학이 그리 반갑지 않다. 아이가 방학이란 이유로 긴장이 풀려 책을 팽개치고 무작정 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는 아직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더욱 그렇다. 그럴 땐 엄마가 옆에서 아이의 공부를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것이 최고다. 이른바 방학을 계기로 '엄마표 홈스쿨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 오후 7시 30분만 되면 남지민(35·여·대구 북구 동천동)씨는 거실 테이블에 앉기 바쁘다. 초교 2학년인 딸 혜솔(7)이와 마주 앉아 책을 펴든다. 벌써 5개월째 혜솔이에게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자녀 교육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초교 저학년 때는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근면성을 키워줘야 학년이 높아져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2학년 들어서면서 조금씩 교과목을 복습하는 식으로 가르쳤죠."
남씨가 혜솔이와 머리를 맞대는 과목은 주로 국어와 수학이다. 1주 단위로 그 주에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찬찬히 복습해주고 있는 것. 영어의 경우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학습지를 받아보게 하면서 한 번씩 공부과정을 확인해주는 편. 학교 시험기간엔 주요 과목 외에 다른 과목들을 쭉 정리해주고 있다.
남씨의 홈스쿨링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다. 월요일엔 과거에 독서지도 과정을 수강하면서 받은 워크시트 등을 이용해 독서지도를 해주고 나머지 요일은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것. 남씨는 이를 위해 학교용 외에 별도로 모든 교과서를 구입했다.
매일 홈스쿨링을 하면서 남씨 스스로 무척 바빠졌다. 자주 하던 외식도 많이 줄이면서 저녁을 직접 만들어야 하니까 예전보다 손도 많이 간다. "저녁 약속도 거의 안 잡게 되었죠. 꼭 가야 한다면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끝나고 잡아요. 사실 초창기엔 번거롭고 힘든 점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습관이 됐어요."
남씨는 딸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동네 이웃 주민의 아들도 함께 가르친다. 이렇게 하자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딸 아이만 가르친다면 몸이 좀 피곤하거나 귀찮을 때 다음에 하자고 미룰 수 있잖아요. 하지만 다른 집 아이가 있으니까 은근히 의무감이 생기더라고요. 딸만 있으면 가르치다 답답할 경우 꾸짖고 소리도 치겠지만 다른 집 아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못 하죠. 좀 더 자상하게 가르칠 수 있는 것 같아요. 딸도 엄마를 엄마가 아닌, 선생님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남씨는 홈스쿨링을 다른 집 자녀와 같이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남씨의 공부 방법을 어떨까. 국어는 저학년의 경우 읽기와 쓰기, 말하기·듣기 등 3종류로 나뉜다. 읽기는 먼저 책 내용을 '읽어보라'고 한 다음, 혹시 틀리면 뺏어 읽기를 하도록 한다. 또 제한시간을 걸고 읽은 글자수를 확인해 같이 공부하는 학생과 비교한다. 내용을 읽은 뒤 나오는 문제는 서로 토의하고 읽는 중간에 부가설명을 해준다. 이렇게 게임식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이 쉽게 따라온다고 한다. 쓰기는 글자 표현이나 간추린 내용을 정리하게 하고 말하기와 듣기는 자기 소개를 한 번씩 해보게 하고 중간중간에 짚어주고 있다.
수학은 수학과 익힘책으로 나뉘는데 수학책은 주로 읽어보도록 하면서 개념을 잡아주고 문제 위주의 익힘책은 문제를 풀도록 하되, 게임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는 문제가 있다. 이런 어려운 문제는 설명을 해주는 식이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아이가 흥미를 갖도록 게임 등을 활용해 재미있게 가르치고 좀 어렵다 싶은 것은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이죠. 또 아이에게 내용을 물어보면서 엄마에게 되레 가르쳐 주는 형식을 활용하니까 아이들의 공부 효율이 크게 느는 것 같아요."
요즘은 방학을 이용해 국어의 경우, 문제집을 한 권 사서 문제 위주로 수업을 하면서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또 수학은 지난해에 배운 1학년 과정을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있다. 심화과정을 소개한 참고서를 공부하면서 기초를 좀 더 탄탄히 하기 위해서다.
"초등학생 성적은 엄마 성적이란 말이 있잖아요. 딸이 1학년 때만 해도 평소엔 교과 공부를 거의 안 하고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공부 시간만 되면 딸아이가 먼저 공부하자고 이야기해요. 이젠 매일 공부하는 걸 당연하게 여겨요."
남씨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던 딸이 홈스쿨링을 하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재미로 가르친다. 그래서인지 욕심이 생긴단다. 딸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을 때까지는 직접 가르칠 계획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공부하는 동안엔 자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것도 몰라"라고 꾸짖기 전에 자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 같은 학년이라도 좀 더 일찍, 또는 좀 더 늦게 깨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학년에 얽매이지 말고 이해하고 설명해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엄마도 같이 공부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초교 저학년의 교과 내용이라도 혹 헷갈리거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리 어떤 내용인 지 대강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평소에 교과서를 한 번씩 훑어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자녀도 엄마에 대한 믿음이 생겨 배우려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자녀교육과 관련해 지도요령을 소개하는 책을 평소에 많이 읽어야 한다. 직접 응용해보지는 않더라도 교육 방법이나 자녀의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홈스쿨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보고다. 특히 대구에듀넷에 접속해 각 학년 과정을 수시로 훑어보면 가르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초교 저학년 때는 공부 습관을 길러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를 가르칠 때도 여러가지 게임을 많이 도입하는 것이 좋다.
▷엄마 입장에서도 생활을 정리하고 규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만 규칙적인 생활을 가르치는 것은 강요밖에 되지 않는다. 엄마가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을 아이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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