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각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및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지적에서부터 겉으로만 에너지 절약을 외치면서 그 실효성은 미미한 수준에 그쳐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대구 남구청장은 요즘 자신의 관용차를 놔두고 하이브리드 차를 사용중이다. 관용차는 홀짝제 대상이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또 달서구청장은 출퇴근 때 셔틀버스를 이용하지만 업무상 이동이 필요할 때는 역시 하이브리드 차를 애용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이 업무를 보기 위해 늘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냐"며 "어차피 차량 운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하나마나한 홀짝제이지만 정부의 방침을 어길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거리가 먼 달성군의 경우에는 요즘 홀짝제 때문에 직원들이 가뜩이나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달서구 상인네거리에서 달성군청까지의 거리만 해도 13㎞에 달하지만 꼼짝없이 홀짝제를 준수해야 하는 탓에 출퇴근길이 '고통길'로 변해버린 것. 군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3대로 늘렸지만 대구 전역을 다 운행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상당수 공무원들이 출퇴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성구 만촌동 남부정류장 인근에서 달성군청까지 출퇴근하는 한 공무원은 "버스를 타고 군청까지 가는 동안에만 진이 다 빠진다"고 털어놨다.
업무상 손실도 만만찮다. 워낙 관할 구역이 넓은 달성군의 업무 특성상 차는 필수적이지만, 홀짝제로 차량을 가져올 수 없는 날에는 부서 내 다른 동료의 차량을 얻어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한 7급 공무원은 "며칠 전 가창면사무소에 갈 일이 있었지만 차량이 없어 결국 같은 부서에 있는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었다"며 "1명이 할 수 있는 일을 2명이 하게 된 웃기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관공서의 온도를 일률적으로 28℃ 이상으로 할 것을 요구하다 보니 곳곳에서 '덥다, 더워'라는 시민들의 원성이 들려오고 있다. 한 구청 민원실의 경우 실내온도를 29℃로 맞춰놓고 선풍기를 가동중이다. 하루 평균 3만2천명의 이용객이 오고가는 동대구역 역시 실내온도는 28℃로 고정돼 있다. 민원실을 찾은 권모(47)씨는 "아무리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은 공간의 특성을 감안해 온도를 좀 더 낮춰주는 융통성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구청장 사무실의 경우 집무실은 아예 냉방을 하지 않고 방문객이 자주 드나드는 접견실에만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모 구청의 경우는 중앙 냉방을 실시하는 지역은 28℃ 온도를 준수하지만, 개별 냉방을 실시하는 일부 사무실에서는 '살짝살짝' 온도를 낮춰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공무원 김모(52)씨는 "28℃라는 온도는 움직임이 없을 때는 그나마 견딜만한 온도지만,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는 지치기 십상인 온도"지만 어쩔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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