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보호시설인 대구애락원의 부지 처리를 둘러싸고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 도심에 보유한 1천억원대 노른자위 땅(4만9천㎡)의 처리를 놓고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각종 비리와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무원에게 속아 그린벨트 지역에 시설 이전을 위한 땅을 구입했다가 사기 사건에 말려들었고 아파트 시행사를 설립해 '땅 장사'를 시도(본지 3월 12일자 보도)하기도 했다. 급기야 재단이사회가 법인 기본재산인 땅을 목적 없이 팔거나 일부 부지를 수익성 임대사업에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애락원의 원칙 없는 방만한 경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계속되는 땅 팔기=대구애락원은 법인 기본재산인 서구 내당동 464㎡(10-15번지), 2천128㎡(20-10번지)를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3억2천만원, 22억3천만원에 팔았다. 문제는 이 두 부지가 지난 1997년 애락원 이전을 위해 대구시로부터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았지만 애락원의 달성군 이전이 백지화된 뒤 대체부지가 없는 상황에서 땅만 판 데 있다. 이 때문에 땅을 판 금액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애락원 관계자는 "재단법인의 소유재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알려줄 의무는 없다"며 "이사회의 의결을 거쳤고 원생 생활비나 법인빌딩 리모델링 사업비로 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시는 이곳의 한센병 환자를 위해 매년 6천만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부지를 매각한 과정도 의혹을 사고 있다.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사회복지법에 따른 대구시의 97년 대구애락원에 대한 '기본재산 처분 허가서'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은 토지를 매매할 때 2개월 안에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격을 비교 검토해 산술평균한 뒤 그 중 높은 감정가 이상으로 매각하도록 돼 있다. 처분금액은 별도 관리하고 목적사업 외에는 매각대금을 집행할 수 없다. 애락원은 당시 대구시로부터 '병원 신축, 직원사택 및 원생숙사 건축' 목적으로 재산처분을 허가받고도 매각 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내당동 20-10번지 매각의 경우 지난해 10월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해 '2개월 이내'라는 지침까지 어겼다. 대구시 관계자는 "애락원이 지난 2, 3월 부지 매각을 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애락원 안팎에서는 '애락원 인사들과 관계 있는 곳에서 매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0번지를 매입한 곳은 (주)W사였는데 땅을 사고 난 뒤 뒤늦게 법인을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애락원이 3월 13일 땅을 매각했으나 (주)W사는 한달 뒤인 4월 10일에야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돼 있다.
애락원 측은 "기본재산 처분에 대한 별도 회계장부가 분명 있으며 모두 목적에 맞게 팔았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서는 현재처럼 재단이사회가 계속 땅을 팔다가는 몇년 뒤에는 이전부지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익성 임대사업은 괜찮아?=비영리 법인인 대구애락원이 수년 전부터 목적사업용 부지에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취재진이 확인한 목적사업용 부지인 서구 내당동 16필지(6만6천602㎡), 달서구 두류동 36필지(1만8천640㎡) 일부는 지난 1997년 대구시로부터 매각처분 대상으로 허가를 받아놓고도 용도변경이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업자들에게 빌려주고 있었다.
2002년부터 달서구 두류동에 서있는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측은 "보증금은 모르겠고 월세는 2천만원 정도"라고 했다. 두류동의 한 공장 관계자도 "보증금 1천만원, 월 80만원에 쓰고 있다. 땅은 애락원 땅이지만 건물 주인은 서울에 따로 있는데 둘의 계약관계는 모른다"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측은 "애락원 부지에 입점해 있는 곳들은 애락원과 직접 계약을 해 부동산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애락원은 일부 건물을 등기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불법건축물로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 임대부지의 보증금은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월세는 수백만원 수준이었다.
애락원 측은 "애락원은 재단법인으로 등록된 만큼 재산을 어떤 용도로 이용하든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필요하면 사법기관에서 조사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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