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추! 경북의 여름 비경] 청도 남산골·대동골

▲ 군데군데 계곡물이 고인 웅덩이와 작은 폭포가 있는 대동골은 한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 군데군데 계곡물이 고인 웅덩이와 작은 폭포가 있는 대동골은 한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물 맑고 산세 좋은 청도를 살짝 들여다보면 울창한 송림과 깊은 계곡을 품고 손길을 내미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청도 주산인 남산(870m)을 머리에 이고 있는 화양읍 남산 13곡과 비슬산(1,083m) 아랫자락에 머물러 있는 각북면 대동골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식혀줄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대구 등 대도시를 인근에 두고 있어 이곳에서도 사람 흔적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화양읍 남산13곡='시냇가 돌에 취하여 누워/ 꿈결에 물소리 듣노라/ 휘날리는 물보라 꽃잎이 떠가니 /솟아올랐다 가라앉는 것 또한 세상의 정일세.'(13곡 중 취암에 새겨진 한시)

청도 화양읍 남산13곡은 우리보다 먼저 선조들이 자연과 세상사를 노래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곳이다. 문헌기록에 따르면 이곳은 조선시대 무오사화 때 선비들이 모여 시회(詩會)를 열어 시를 읊으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계곡바위에 무수히 흩어져 있는 시구는 잠시 눈길을 뺏기에 충분하다. 오랜 세월 풍파에 일부는 사라졌지만 옛 선인들의 흔적을 찾아 음미해보는 것도 한여름의 청량제가 될 듯싶다.

13곡은 화양읍사무소를 지나 동천교에서 사찰 신둔사로 가는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며 시작된다. 그러나 마을을 지나서부터는 잘 닦인 등산로보다 계곡 소로를 택하면 서늘한 남산골의 운치가 한결 더하다.

계곡은 1.4km 정도 펼쳐진다. 널찍한 자연석 바위 사이로 군데군데 형성된 아담한 소(沼)와 울창한 숲은 금방 한기를 느끼게 해준다. 1곡부터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큰 바위에 음각된 글귀가 신둔사 아래 13곡까지 이어지며, 가는 길에 인공으로 만든 작은 폭포 또한 이채롭다.

사대부 여자들이 목욕하러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기생들이 목욕하는 곳이라는 제1곡 여기추(女妓湫), 사냥꾼들이 사슴 사냥에 앞서 수렵제를 지냈다는 제2곡 녹수문(鹿脩門) 등의 의미를 훑어가는 재미도 있다.

◆각북 대동골=비슬산을 오르는 코스 중 각북면 오산리 대동골을 경유하는 코스는 대구 유가사 방면보다는 상대적으로 발길이 적은 편이다. 헐티재를 넘어오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 반면 살아있는 자연미를 느끼기에는 청도 방면 코스가 훨씬 무난하다.

대동골은 대구에서 가창댐, 헐티재를 넘어 최근 공사 중인 옛 한솔입시학원 맞은편으로 접어들면 시작된다. 계곡은 그리 길지 않은 1km 정도이지만 자연 암반과 비슬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은 여느 계곡 못지않다. 많은 사람이 자리 잡고 앉기에는 비좁아 보인다. 그러나 평평한 바위와 위쪽에 작은 폭포까지 갖추고 있어 계곡에 발을 담그면 한낮의 무더위는 충분히 피할 만하다. 바로 인근에 식당과 펜션도 있다. 단 비좁은 길이라 교행이 안 되므로 승용차를 가지고 간다면 멀찍이 도로변에 세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행정보=각북 방면은 숙박시설과 맛집을 골라갈 수 있다. 비슬리조트(054-372-0900), 별마루펜션(054-371-3788)이 있고, 간이역(054-372-0618) 등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불로장수버섯촌(054-371-6462), 풍경(054-373-6400), 대동고을(054-372-7677) 등에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문의: 청도군 문화관광과(054-370-6062).

글·사진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