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이 되는 의료상식]생긴대로 먹어야 효과

이정호(65)씨는 캡슐 약을 먹을 때 캡슐을 분리해 분말을 따로 빼내 먹는다. 캡슐이 너무 커서 먹기 힘들기 때문. 어차피 약만 제대로 먹으면 효과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의문이 생겼다. '그럼 처음부터 작은 알약이나 가루약으로 받으면 되지 않을까. 굳이 캡슐에 담아주는 이유가 뭘까' 하는….

감기약, 두통약, 소화제, 혈압, 당뇨약 등 수만 가지의 약이 있다. 그런데 이들 약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가루약 및 시럽약이 있고, 캡슐약도 있고, 둥글거나 타원형의 긴 알약도 있다. 정제 알약 중에도 코팅이 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다들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을까.

약의 형태가 다른 데는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약 성분, 분해 및 흡수 시간에 따라 다르다. 정제 알약을 만들 땐 열을 가하는데 이때 성분이 변형될 수 있는 것은 액상 약(시럽·물약)으로 만든다. 캡슐약은 가루약이나 냄새나 맛이 역한 경우, 또 캡슐 안에 성분이 다르거나 흡수 시간이 다른 약이 여러 개 섞인 경우에 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감기약 콘택600의 경우 성분이 다른 600종류의 약이 들어 있는데 2, 4, 6시간 등 흡수 시간에 따라 약마다 다르게 코팅을 한다. 위에서 흡수되는 것도 있고 소장까지 가야 하는 약도 있는 등 흡수 기관에 따라 코팅 처리를 해서 흡수되는 시간을 달리하는 것. 그래서 콘택600의 효과가 12시간 지속된다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서히 녹아 천천히 흡수될 필요가 있는 경우나 지나치게 쓴 약의 경우 알약 형태로 한 뒤 코팅을 하거나 젤라틴으로 만든 캡슐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약이라고 전체가 다 약은 아니다. 정제 알약을 만들기 위해 주성분 외에 전분, 유당 등 부형제를 섞어 만들기 때문이다. 유아용 약에는 액상 형태가 많은데 이는 상당수의 경우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단맛을 내기 위해서다.

때문에 약은 생긴 대로, 의사나 약사가 처방해주는 대로 먹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다. 먹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캡슐을 벗겨 약을 빼내 먹거나 알약을 반으로 쪼개거나 아예 가루로 만들어 먹어도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반감될 수 있어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약을 만들 때 성분과 흡수 시간, 변형 우려, 맛과 냄새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쳐 그에 맞는 최적의 형태와 모양을 찾아내기 때문에 되도록 처음 만든 상태 그대로 먹는 게 좋다. 약의 형태가 다른 것은 그만한 의미와 이유가 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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