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유수유, 할까 말까

영양'면역물질 '듬뿍' 엄마도 아기도 '好好'

"모유수유, 하고는 싶은데…."

8월 첫주(1~7일)는 세계 모유수유 주간이다. 모유수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모유수유를 원하는 임산부가 크게 늘었지만 현실의 벽 때문에 포기하기 일쑤다. 모유가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은 것. 그 중 가장 큰 장애는 바로 '직장인'이라는 현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직장 여성도 모유수유에 성공할 수 있을까.

◆모유수유, 하나마나?

영아기는 신체 모든 기관의 기능이 발달하는, 일생 중 성장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신체적 성장뿐 아니라 정신적·지적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성인이 됐을 때 건강의 밑거름이 된다. 모유에는 영아 초기 성장 발달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들어 있다. 특히 출산 후 5일간 분비되는 초유엔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이 더 많이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면역글로불린이라 불리는 항체도 풍부해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준다. 모유는 치아와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되는데, 실제 모유에는 아기 두뇌 발달에 꼭 필요한 DHA와 아라키돈산 등의 물질이 적절한 비율로 들어 있어 분유를 먹여 키운 아이보다 IQ가 10 정도 높고, 다른 인지 능력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미숙아일수록 모유를 먹이는 게 좋다. 또 분유 수유아는 모유 수유아에 비해 장염 및 중이염은 3배, 뇌막염 3.8배, 요로감염 2.5~5.5배, 폐렴 및 하기도감염 1.7~5배, 아토피성 피부염 및 천식은 2~7배 정도 더 잘 걸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산모의 경우도 모유수유를 하면 유방암·난소암 발생 억제, 배란 지연을 통한 자연 피임, 산후 회복 등 좋은 점이 많다. 모유를 먹일 땐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분비돼 산후 출혈이 줄고, 자궁 수축을 돕는 역할도 한다. 또 임신 중 몸에 저장해 둔 지방을 활용해 젖을 만들기 때문에 몸무게도 빨리 줄게 된다.

◆직장 여성, 이렇게 해 보자

모유가 아기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최고의 식품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모유수유를 시도하지 않거나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등 모유수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신념이나 의지 부족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성의 사회 진출로 인한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모유수유를 할 여건과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은데다 격려·지지자도 부족해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인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직장 상사 및 동료에게 모유수유를 할 것을 떳떳하게 밝히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에서 수유 시간과 장소를 배려받는 등 아기가 태어나기 전 준비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출산 후 출근 10여일 전에 아기를 돌봐줄 보모를 미리 구하고 함께 지내며 짜놓은 모유를 미리 먹이는 연습도 해야 한다. 출근할 땐 유축기, 모유 저장 팩, 아이스박스, 수유 패드, 손수건 등 회사에서 모유를 짜는 데 필요한 준비물을 회사에 갖다놓고 다시 한번 직장 상사에게 모유수유를 할 것임을 확인한다. 출근 첫날엔 보통 출근 시간보다 20분 일찍 일어나 젖을 먹이고 출근하고 퇴근 후엔 제일 먼저 모유수유한 뒤 다른 일을 해야 지속적인 수유가 가능하다.

◆모유수유는 이렇게

모유수유를 위해선 아기가 태어난 뒤 24시간 내에 젖을 물리고, 먹이지 않더라도 6시간 내에 젖을 짜주는 게 좋다. 또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 있는 모자동실 등을 통해 가능한 한 자주, 오랫동안 아기와 함께하며 친밀감을 유지해야 한다. 모유수유를 위해 유축을 할 경우 유축 전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냉장보관된 모유는 24시간 내에 먹이고 냉동 모유는 늦어도 3개월 내에 먹여야 한다. 보통 60~120㏄ 정도 보관하고 한번 녹인 젖은 다시 얼려선 안 된다. 먹다 남은 모유는 버려야 한다. 모유는 적어도 돌까지는 먹여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연합아동기금(유니세프)은 적어도 두돌까지 젖을 먹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모유는 많이, 오래 먹일수록 좋다는 것.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모유만 먹일 수는 없고, 아기가 모유만으로 크는 것도 아니다. 생후 6개월까진 모유만 먹여도 영양이 충분해 성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만 6개월 정도 되면 채소, 고기 등 철분이 풍부한 고형식(이유식)을 병행해야 한다. 모유만 신봉하다 고형식 먹일 때를 놓쳐선 안 된다. 또 황달이 있거나 설사를 한다고 모유를 끊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가 울기 전에 젖을 먹이는 게 좋은데, 우는 것은 배고프다는 것의 마지막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울거나 보챈다고 무조건 모유를 주거나 시간 맞춰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가 배고파할 때 줘야 한다. 또 입에 젖이나 손가락을 대 보고 빨 때마다 먹이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착각이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반사적으로 빨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상길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대한모유수유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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