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천 직지사 '대웅전'·'천왕문' 현판 이완용이 썼다?

직지사 "사실 관계 조사후 합리적 처리"

▲ 현판 글씨를 이완용이 썼음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발견된 직지사
▲ 현판 글씨를 이완용이 썼음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발견된 직지사 '대웅전'과 '천왕문' 현판.

김천 직지사의 '대웅전'(大雄殿)과 '천왕문'(天王門) 현판 글씨를 매국노 이완용이 썼음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직지사가 30일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직지사는 두 곳의 현판 글씨를 이완용이 썼다는 기록물을 입수해 정밀분석 등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사찰의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직지사 장명 총무스님은 "우선 사실 확인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내부논의를 거쳐 입장을 표명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무엇이라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직지사 대웅전이 보물 지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이완용 현판 글씨 파문'이 불거진 것과 관련, 직지사 성보박물관장 흥선 스님은 "엄정한 사실관계 조사를 거쳐 합리적인 방향으로 처리한다면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만약 그렇게(이완용이 쓴 것으로) 확인이 되면 우리 근대사의 어두운 한 부분이 표출돼, 바람직한 쪽으로 정리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도 유형문화재 215호인 직지사 대웅전은 지난 2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보물 지정예고가 이뤄졌고, 다음달 21일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해 보물 지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직지사에는 각계 인사와 신도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한편 문화유산 연구가인 이순우 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장은 "일당(一堂) 이완용 사후 이듬해인 1927년 '구한국(舊韓國) 내각총리대신 비서관'을 역임한 김명수라는 사람이 전기로 편집해 출판한 '일당기사'(一堂紀事)에서 이완용이 직지사 대웅전과 천왕문 현판 글씨를 썼다는 기록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일당기사(총 815쪽) 중 연보 항목에 '이완용이 66세이던 다이쇼(大正) 12년 11월(원문에는 月이 日로 잘못 판각됨) 25일 김천군 직지사에 2종의 편액(扁額)을 서송(書送·써서 보냄)하다. 직지사의 대웅전과 천왕문의 판액이다'(746쪽)라는 구절이라고 이 소장은 말했다.

김천·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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