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조용하게 밥만 먹고 나가는 중년 아저씨를 누가 국회의원이라 생각했겠어요?"
한 아주머니가 지난 29일 오후 본사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 함바집(공사장 밥집)을 한다는 안전옥(47·여)씨였다. 안씨는 "정치인이라면 모두 색안경을 끼고 봤는데 그렇게 서민적인 분을 본 적이 없다. 꼭 취재해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를 했다. 취재대상은 한나라당 홍사덕(65·대구 서구) 의원이었다.
기자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안씨가 운영하는 밥집을 찾아갔다. 홍 의원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30일에는 홍 의원이 오지 않아 허탕을 쳤고 31일 오전 6시 30분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밥을 먹으러 들어오는 홍 의원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메뉴는 3천500원짜리 소고기국이었다. 홍 의원은 "집에서 10분 거리여서 아침 산책을 하고 자주 들른다"고 했다.
밥집 아주머니가 홍 의원에게 감동을 받은 것은 지난 28일 새벽에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다. 인부 A(48)씨가 술에 취해 "만취상태로는 공사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현장 책임자의 말에 식탁을 뒤집는 등 행패를 부렸다. 마침 그 자리에서 밥을 먹던 홍 의원이 취객을 말리며 사태를 진정시키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취객을 말리는 와중에 홍 의원의 안경이 떨어져 깨지기도 했다.
그런데 경찰관들이 A씨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홍 의원의 신분이 드러나자 식당 안 사람들 모두가 놀랐다. 공사장 인부들이 찾는 '함바집'에서 일주일 넘게 아침밥을 먹던 반바지 차림의 남성이 국회의원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씨는 "그때까지 낯익은 얼굴이어서 탤런트랑 닮은 사람이겠거니 여겼다"며 "정치인들은 다 '도둑놈' 같아서 지난 총선에서 투표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고 난 후 정치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늘 닭개장이나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고 나갔다고 했다. 이날 아침에는 홍 의원이 식당에 들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근 상인들이 구경을 오기도 했다.
홍 의원은 "별일 아니었다. 식당 아주머니의 안전을 생각해서 한 행동일 뿐 별다른 해를 입지 않았다"며 "언론에서 취재할 일이 아닌데…"라며 말을 아꼈다.
홍 의원은 '청소년들과 홍사덕의 한여름밤 대화'라는 행사를 위해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15일 동안 지역구에 머무르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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