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여회 한국자연장연구소 소장 "우리 현실엔 수목장이 적합"

"인간이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장묘의 형태가 바로 자연장입니다. 한 줌 흙이 돼 나무와 잔디의 양분으로 다시 쓰이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생이지요."

3년째 한국자연장연구소를 꾸리고 있는 김여회(66) 전 대구가톨릭대 법대 교수는 자연장의 의미를 풀어내며 생과 삶, 장묘 문화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매장 문화에 의해 자연장이 정착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나무의 자양분이 돼 한 그루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하면 될 터인데, 눈에 보이는 의식과 격식을 버리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형국이 아쉽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그는 자연장 제도의 자문 역할을 해왔다. 법이 개정되기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자연장 방법을 도입하고 한국에 정착하기 쉬운 제도를 연구해왔다.

김 소장은 잔디와 화초 아래에 분골을 묻고 작은 표지 하나로 묘를 대신하는 프랑스형 자연장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조상의 묘를 중시하고 매년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강하게 남아있는 한국에선 나름의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소나무와 잣나무 등 상록수를 이용해 자연장을 하는 수목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단, 수목장의 경우 조림비와 관리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지자체가 나서서 추진할 것을 권했다. 또 저렴한 비용을 원하는 이들에겐 일부나마 잔디장과 화초장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자연장 방법 외에도 그는 자연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와 경북은 한국 보수의 산실입니다. 당연히 제도가 정착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후손과 자연, 환경을 위한 장묘 문화가 자연장이라는 것은 훗날 불변의 진리가 될 것입니다."

자연장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진 김 소장은 제도가 마련된 이상 이제 모든 공은 지자체와 시민들의 의식에 달린 문제로 내다봤다. 그의 바람은 빈 손으로 온 인간이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김 소장이 바라는 장묘 문화의 답이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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