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블루 골드 물의 전쟁] ⑤바닷물도 돈이다

동해 심층수 30만㎢…생산유발 年 3조5천억

▲ 울릉군 북면 현포리에 있는 울릉미네랄에서 해양심층수로 소금을 만들고 있다.
▲ 울릉군 북면 현포리에 있는 울릉미네랄에서 해양심층수로 소금을 만들고 있다.
▲ 동해 바닷속 650m에서 끌어올린 해양심층수 증발처리실.
▲ 동해 바닷속 650m에서 끌어올린 해양심층수 증발처리실.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물 산업의 한 분야가 해양심층수다. 해양생물 생장에 필수적인 영양염류가 표층수의 30~50배에 이를 정도로 풍부한데다 세균·병원균이 거의 없어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 각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해양심층수에 주목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관련 산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울릉도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 해양심층수는 국내 어느 곳보다도 뛰어난 수질을 자랑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구 전체 물의 97%를 차지하는 바닷물이 돈이 되는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고갈 염려 없는 청정자원

해양심층수(Deep Sea Water)는 햇빛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아래 깊은 바다에 있는 바닷물을 일컫는다. 북대서양 그린랜드 근처의 빙하가 녹으면서 염분 차이로 가라앉아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을 4천년에 한 번 순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온이 연중 2℃ 이하의 저온 안정성, 무균·비오염의 청정성, 90종이 넘는 원소를 함유한 미네랄성 등의 자원적 특성을 갖고 있다. 활용분야도 다양해 농수산분야에서는 우수 종묘·치어 양식, 화초 재배에 쓰이고 식품산업에서는 소금·두부·고급 음용수에 이용된다. 또 화장품·물리치료 등 건강미용산업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표층수와의 온도차를 이용한 발전기술도 개발됐다. 한마디로 자원적 가치는 높은 반면 재생순환형이어서 석유처럼 고갈될 염려는 없는 '블루 골드'인 셈이다.

표면적이 30만㎢에 달하는 동해의 심층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남동부 해역에서 형성돼 100년에 걸쳐 반시계 방향으로 순환한다. 정복석(57) 울릉군 해양수산과장은 "한국해양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울릉도 주변 심층수는 개발 가능한 동해 심층수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본·미국 심층수와 비교해서도 자원적 특성은 비슷하지만 저온성 측면에서 더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남경수(50) 동국대 해양심층수·소재 RIS사업단장(의대 교수)은 "표층수는 육지로부터 영향을 받아 수질이 나빠질 수 있지만 심층수는 안전한 물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암, 아토피 등 난치병에 효과가 큰 해양심층수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에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심층수 사업, 해외에선

해양심층수에 관한 연구는 1881년 프랑스 과학자 달슨 바르가 내놓은 심층수와 표층수의 온도 차이를 이용한 발전방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해양심층수를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구상은 최근의 일로, 미국은 1972년 카리브해 버진제도의 센트크로이섬 인근 수심 870m에서 퍼올린 심층수가 식물플랑크톤, 조류 배양에 유효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은 이후 하와이주립 자연에너지연구소(NELH)가 주축이 돼 양식 및 농업분야 상업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26개 기업이 하와이시범단지에 입주해 있다.

이웃 일본도 이 분야의 선진국이다. 1976년 연구를 시작, 1989년 최초의 심층수 이용실험시설인 해양심층수연구소가 고치현(高知縣)에 완성됐다. 1995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업화에 들어가 현재 16곳에 심층수 개발시설이 조성돼 있으며 계획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24곳에 이른다. 시장도 맥주 등 1천여종의 상품에 연간 2조5천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타이완에서는 2005년부터 정부 주도로 해양심층수 급수·채취기술 연구에 착수, '심층해수산업 발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해양심층수 생수가 전체 생수시장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밖에 노르웨이·핀란드에서도 활발한 연구를 벌이고 있다.

김충환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일본이 해양심층수분야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심층수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한 민간기업들의 참여 덕분이지만 초기단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다"며 "우리 정부도 지원규모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및 지역 현황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해양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해양심층수 개발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지난 2월 공표됐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 200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양심층수의 생산유발효과와 취업유발효과는 연간 3조5천270억원, 3만1천100여명에 이른다. 현재 시제품이 나온 품목은 술·화장품·간장·음료·두부 등이다.

경북에서는 울릉 현포·태하·저동 등 3곳이 취수해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주)울릉미네랄과 울릉군이 지난 2월 심층수 개발면허를 취득했다. 울릉미네랄의 경우 지난 2005년 사업승인을 받아 소금을 자체 생산하고 혼합음료 '울릉 미네워터'를 CJ그룹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주)SK가스에서 지분을 인수, 본격적 생수사업을 위해 제2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유석필 울릉미네랄 공장장은 "울릉도는 4.7km 떨어진 수심 650m 바다 속에서 섭씨 1, 2도의 심층수를 취수할 수 있어 10km 이상 나가야 하는 강원도보다 조건이 유리하다"라며 "제2공장이 완공되면 원수 공급뿐 아니라 해양심층수 생수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도 해양심층수 개발산업 육성에 나섰다. 울릉도의 경우 260억원을 투자해 저동 수산업지구, 현포 연구개발지구, 태하 산업화지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또 울진·영덕·포항·경주 등에도 지역 특색을 살린 산업화·연구개발·문화관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남일 경북도 환경해양산림국장은 "해양심층수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 지역 수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기업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지자체 간 경쟁에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릉·허영국 기자 huhyk@msn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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