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예고도 없이 수도공사를 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남구 대명4동에 사는 한충렬(25·대학생)씨는 31일 오전 8시 30분쯤 집 대문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하청업체 직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수도관 공사를 하니 미리 물을 받아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한씨가 황당했던 것은 "오전 10시부터 공사를 시작하니 수돗물을 틀지 말라"는 것. 한씨는 "수도관 공사처럼 주민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공사를 1시간 30분 전에 알려주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씨는 "샤워를 하려고 수도꼭지를 트니 벌건 녹물이 섞여 나왔다"며 "이 동네는 대부분 노인들이 사는 동네이고 물탱크도 거의 없는 지역인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해도 되느냐"고 화를 냈다.
남구 대명4동 주택가 주민들이 상수도사업본부의 '갑작스런 공사'에 큰 불편을 겪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중남부사업소에 따르면 대명4동 일대의 수도관 세척작업을 위한 물빼기 작업이 30분~1시간 정도 소요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일대 20여가구에서 녹물이 나왔다는 것. 이 때문에 불볕 더위에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이날 이곳 주민들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공사라지만 갑작스런 공사 통보에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문제는 지난해 7월 이맘때도 이 동네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 단수 공고 날짜와 다른 날짜에 단수를 하는 바람에 이 일대 50가구가 5시간가량 물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 한씨는 "지난해에는 갑작스럽게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와 정수기 필터가 다 망가졌다"며 반복된 수도당국의 무성의함에 화를 삭이지 못했다.
상수도 공사의 경우 주민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보통 심야시간에 이뤄지고 1, 2일 전에 단수홍보를 하는 것이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 수도당국은 아무 할말이 없게 됐다. 더구나 이날 공사는 수도관 세척작업을 위한 물빼기 작업으로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중남부사업소 관계자는 "갑자기 물이 새거나 기계가 고장나는 등의 긴급한 경우에는 1, 2시간 전에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며 "30일 수도관 공사를 일괄 통보하려 했지만 비가 많이 와서 작업을 못했고, 31일에도 비 때문에 공사를 못할 것 같아 통보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한 70대 주민은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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