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껍질 깨버릴 '천지개벽 상상력' 나래 펴라

[동성로에서 길을 묻다] ⑤긍지의 랜드마크를 세워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요 도시마다 랜드마크 경쟁이 한창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도시는 그 도시 나름의 지향성을 나타내려 애쓰고, 오랜 전통의 도시들은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강조하기 위해 랜드마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400년간 영남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대구도심은 그저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번성했던 도심부 중 하나였던 대구역과 서문시장은, 이제 동성로 일대로 위축된 대구도심의 주변부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대구도심을 되살려 미래를 창조해 나갈 새로운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옛것을 지키고 보존하며, 주변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인천, "불굴의 도전정신을 보이다"=지난달 인천은 151층짜리 극초고층 쌍둥이 빌딩인 인천타워의 기공식을 갖고 본격 공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인천타워는 육지가 아닌 바다 위에서 건설공사를 시작한다.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천 앞바다 매립공사(송도국제도시)와 건축공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바다 위에 곧바로 극초고층 건물 올리기'가 단순한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아직 바다 상태인 곳에 대해 '매립 준공 전 사용' 승인을 요청했을 때, 정부는 관련 법규를 들어 난색을 표시했다. 하지만 인천은 물러서지 않았다. 무려 3년간의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정부는 올해 5월 말 인천타워 착공을 승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 사업비 3조원. 아랍에미리트(UAE) 버즈 두바이(지상 162층, 818m 예정)에 이어 세계 2위 높이가 될 인천타워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랜드마크이자, 인천시민들이 보여준 불굴의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될 전망이다.

지역 전문가들 중에는 "인천이 수도권 대도시이기 때문에 민간사업자를 구할 수 있었고, 무리하게라도 인천타워 건설에 나설 수 있었다"며 "대구는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대구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경기 파주도 1조원이 소요되는, 대지면적 10만2천111㎡(약 3만평), 연면적 105만846㎡(약 30만평) 규모의 운정복합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 무엇이 문제인가=대구도심 복합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김한수 계명대 교수는 "대구에도 복합개발이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나 향후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개도국과 달리 대구와 같은 지방도시는 수요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개발사업자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희림종합건축 정영균 대표는 "경제논리만 따지고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영원히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쇠락한 탄광·철광도시였던 스페인 빌바오는 아무런 수요가 없었는데도 구겐하임 박물관으로 부활했고, 두바이나 아부다비 역시 '대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수요를 창출해 냈다고 설명했다.

◆'상상력' '용기' '리더십'이 필요하다=오랜 지역숙원사업 중 하나인 대구시 신청사와 관련, 현 청사 맞은편 주차장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10~13층, 연면적 6만5천㎡ 규모로 건립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현실적(?)'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10년 앞도 못 내다본 과거의 잘못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 대구시청 본관은 1993년에 지었졌는데도 부산시청의 6분에 1에 불과하다.

단순히 크기와 규모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세계 주요 도시들이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건설에 한창인데, 대구는 수요 부족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청 신청사는 민간개발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

"왜, 시청 청사가 꼭 독립건물이어야 합니까. 시청청사와 문화시설, 상업시설, 호텔 등이 복합건물 내에 얼마든지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공공시설이 가미될 때 복합건물의 가치는 더 올라갑니다."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오히려 더 진취적이다. "대구중앙도서관이 오래되어서 새로 짓거나 옮겨야 할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구의 비전이 '국제지식도시' 아닙니까? 시청사와 중앙도서관 건립비용을 바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민간업자를 찾으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구도심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현대적이고 획기적인 뭔가가 필요하다"며 "이를 실현하려면 고정관념을 탈피한 아이디어와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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