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고인 빗물 위의 그림자를 밟으며 한국시리즈를 치른 삼성 라이온즈는 비록 패하긴 했지만 사상 최고의 시청률로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격했다. 올드 팬으로부터 향토 야구의 빛바랜 정체성에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던 삼성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내 구단'이란 애증과 연민을 보낸 이들에게서 사랑의 심지를 재확인 했던 것이다. 그리고 저물지 않는 투혼과 수준 높은 경기력을 갖추면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비전도 보았다.
이미 2004년도 팬북 속에 '대구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은근히 대구 속의 라이온즈임을 피력했던 삼성은 탄력을 받자 시즌 후 본격적인 지역 밀착화를 시도했다. 동구의 홍보대사로 임명된 양준혁을 필두로 각 구청의 홍보대사를 임명해 일일이 관련 행사를 치르며 함께 하는 라이온즈의 이미지를 새롭게 새겼다.
이후 2005년 12월 서문시장 화재 때에도 김응용 사장이 다음날 아침 현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것이나 억대 선수 연봉의 5%를 입장권으로 주변과 소외층에 환원한 것, 열악한 대구 체육계를 위한 후원을 시작한 것도 사랑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대구 속의 라이온즈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생겨난 것이 바로 '네임데이'였다. 기업이나 단체 또는 기관의 이름으로 정한 이날에 그들의 이슈나 공통된 관심사를 홍보하면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네임데이는 찾아오는 팬을 기다리며 야구 경기에 매달렸던 과거와 달리 방문하여 초대함으로써 야구장을 지역 발전과 화합의 장으로 공유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됐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열렸던 7월31일은 달서구청의 날이었다. 1대4로 뒤지던 3회말 1사 만루의 챤스에서 박진만의 2타점 좌익선상 적시타가 터지자 우레 같은 함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고 4회말 스리런 홈런 때 야구장은 떠나갈듯 한 환희의 도가니가 되었다. 달서구민과 함께 한 1만 관중은 더위를 잊은 채 환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떤 순간이 이처럼 한마음이 될 수 있을까?
미래의 비전을 확인한 2004년 이후 삼성은 확실히 달라졌다. 당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선동열의 라이온즈'로 적극 개편을 시도했고 심정수와 오승환을 영입, 최강의 팀으로 2연패의 위업을 세웠다.
그렇게 라이온즈가 할 일은 최강의 명문구단이 되어 대구의 긍지로 우리의 가슴 속에 희망으로 남는 것이다. 나날이 추락하는 대구의 위상을 세우고 어려운 대구 경제를 회복하는 길도 비전과 꿈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단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집과 편견을 버린다면 어찌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없겠는가. 야구를 통해 한마음이 되어 자랑스런 대구를 만들어가는 것이 라이온즈의 바람이듯 말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