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대야' 대구 도심속 山서 여름나기 각광

"여보, 퇴근후 산으로 오세요"

▲ 대구경북지역에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자 공원과 야산에 야간 피서인파가 몰리고 있다. 31일 오후 팔공산 집단시설지구를 찾은 한 가족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시청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대구경북지역에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자 공원과 야산에 야간 피서인파가 몰리고 있다. 31일 오후 팔공산 집단시설지구를 찾은 한 가족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시청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1일 오후 8시 대구 앞산 공영주차장. 차량들이 쉴새없이 몰려드는 틈 사이로 가족들이 손을 잡고 앞산을 찾고 있었다. 열대야를 피하기 위한 시민들의 산찾기 행렬은 꼬리를 물었다. 슬리퍼에 간단한 운동복 차림에서부터 완벽한 장비를 갖춘 등산객까지. 앞산 중턱에 오르자 흘렸던 땀을 시원한 산바람이 단번에 식혀주었다.

이인선(37·여·중구 남산동)씨는 "가족과 함께 일주일에 두세번은 앞산을 찾는다"며 "집에 있어봤자 냉방비만 펑펑 쓴다. 차라리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이곳이 일석이조"라고 활짝 웃었다.

데이트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박지훈(34)씨는 "앞산 안일사 쪽으로 올라와 약수를 마시고 계곡에 발도 담근다"며 "오늘은 앞산 케이블카 쪽으로 올라가 정상에 도전해볼 생각인데 더위도 피하고 돈도 들지 않는 야간 데이트코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특히 정상 대피소에서 먹는 김밥은 꿀맛이라고 덧붙였다.

도심속 산에서 여름밤 더위를 달래는 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마을 뒷산, 동네 야산에서부터 팔공산, 앞산, 함지산 등 대구 산마다 '천연 에어컨'을 찾는 여름나기가 각광받고 있다.

운암공원을 품고 있는 북구 함지산도 오후 9시가 되자 인파로 절정을 이뤘다. 야간조명이 꺼지는 자정까지 함지산 곳곳에는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가져온 수박을 먹는 가족들이 빼곡했다. 조용한 산자락 속에서 수박 가르는 소리가 '쩍쩍'하고 울릴 정도였다. 가족들과 산을 찾은 박주미(41·여·북구 구암동)씨는 "오후 7시부터 주민들이 슬슬 몰리기 시작해 12시까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주말보다 평일에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예 밤마다 야간산행에 나서는 등산객도 많다. 앞산인 달서구 달비골에서 케이블카까지 3시간 코스는 땀을 빼고 식히는 데 제격이다. 해발 300m가 채 되지 않는 야트막한 함지산도 운암지에서 1.5㎞ 남짓한 코스로 느린 걸음으로 20분이면 족하다.

팔공산 동화사 입구에 펼쳐져 있는 집단시설지구나 야영 텐트촌에는 아예 출퇴근족까지 나타났다. 일부 가족들은 돗자리에 노트북을 놓고 빙 둘러앉아 영화를 보기도 했다. 흘러간 옛 가요를 카세트로 듣는 친구모임도 있었다. 이상민(33)씨는 "텐트촌 가운데 분수광장에 수도와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밥 해먹고 잠 자고 곧바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반팔만 입고 여기서 잠을 자다간 감기 걸리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앞산 입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어제는 비가 와 손님이 뜸했지만 올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많으면 매출이 올라간다"고 즐거워했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 박차수(41)씨는 "무더위가 본격화되면 앞산에는 평소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2천여명의 시민들이 앞산을 찾는다"고 말했다.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텐트촌의 경우 여름을 여기에서 나려는 장기투숙(?) 주민들이 많아 기간 제한까지 두고 있는 실정"이라며 "산에서 더위를 쫓는 피서객들은 건강도 챙기고 돈도 아끼는 알뜰족들"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임상준기자 zunny@msnet.co.kr 김태진기자 z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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