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신마비 중증장애인들, 백두산 천지에 오르다

"이게 도대체 꿈인지 생시인지. 살아생전에 백두산 천지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아요."

경북 척수장애인협회 최영수(72) 회장은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며 감격에 젖었다. 최 회장은 척추수술의 후유증으로 13년째 전신마비 상태의 힘겨운 삶을 살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마찬가지로 이날 그와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오른 경북척수장애인협회 회원 10여명도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혼자의 힘으로는 몸도 가누지 못하는 그들이 '꿈을 가지고 도전하면 기필코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전국의 장애인들에 알려주고 싶다며 무작정 백두산 등정에 나서 끝내 꿈을 이룬 것.

이번 장애인들의 백두산등정 도전팀은 최 회장과 박완용(53) 부회장과 반신마비 김의남(59)씨 등 3급 중증장애인 2명, 중국 심양지체장애인연합회측 양학(53·여·소아마비 1급), 후위(52·여·소아마비 2급) 등 장애인들과 보조인 2명, 해송복지재단 6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26일 중국 심양에서 시작해 백두산을 향한 그들의 등정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버스를 타고 백두산 입구까지만 이틀이 걸렸다. 일반인들도 힘든 버스 대장정은 몸이 불편한 그들에겐 지옥과도 같았다. 최 회장은 "평소 꼬리뼈와 엉덩이에 상처를 입어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견디기는 너무 힘들었다"며 "수차례 포기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어 버스 통로에 누운 채 견뎠다"고 했다.

천지 입구에 도착해서도 난관은 많았다. 1㎞ 남짓한 천지까지는 1천여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해 휠체어 이동이 불가능했던 것. 일부는 부축해서, 일부는 들것에 실려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고 했다.

힘겹게 오른 탓에 눈앞에 펼쳐진 천지 앞에서 그들은 한동안 눈물만 흘렸다. 모두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던 천지를 직접 볼 수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며 '대한민국 만세! 우리가 해냈다'라고 함성을 외쳤다.

이날 중증장애인들과 백두산 등정을 함께 한 해송복지재단 황송자 이사장은 "이번 백두산 등정은 정상인들이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하고 협동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게 해줬다"고 감회를 밝혔다. 백두산에서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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