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림픽 위해서라면…중국, 비도 만든다!

올림픽이 열리는 8월은 중국에서도 가장 덥고 먼지가 많은 시기이다. 올림픽 개막을 앞둔 중국 베이징에서는 대기 오염을 줄이고 기온을 낮추기 위해 인공 강우가 자주 시도되고 있다. 인공강우는 더위를 식히고 매연을 씻어내는 최적의 방법인 셈. 어떻게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일까.

◆비 내리는 베이징

살인적인 더위로 유명한 베이징은 요즘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이 많다. 6월과 7월 강수량이 예년보다 40%나 많아질 정도다. '인공강우' 덕분이다. 인위적으로 강수량을 늘리거나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덕분에 베이징 시내의 공기는 꽤 맑아졌고 습도도 80~90% 정도로 높아졌다. 베이징 외곽에는 인공강우를 위한 대공포 6천781문과 로켓 발사대 4천110대가 설치돼 있고 관리요원만 5만3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베이징에 쏟아진 많은 봄비도 인공강우 덕분이었다. 베이징 기상국은 자연적으로 내리는 봄비에 인위적으로 강우량을 늘리는 인공 증우(增雨)를 병행했다. 갑작스런 비로 배수로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하철 공사장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때아닌 물난리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던 중국 랴오닝성에 단비를 내려준 것도 인공강우였다. 랴오닝성 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인공강우용 로켓 2천200여발을 쏘아올려 8억t에 이르는 비를 내리게 했다. 이는 우리 나라 경기도 전체에 50㎜의 비가 내린 것과 맞먹는 양이다.

인공강우를 시도하는 곳은 중국만이 아니다. 인공증우나 안개소산 등 기상조절 프로그램을 갖춘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태국 등 40여개국에 이른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의 경계에 있는 타호호에서는 인공 강우로 해마다 4천500만t 정도의 물을 확보한다. 특히 미국은 인공강우 기술을 군사 전술로 사용할 계획도 세웠다. 적의 진지에 홍수가 날 정도의 비를 퍼붓게 하거나 우박을 내려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식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항공기 12대를 동원, 인공강우 촉매제를 뿌려 모스크바 상공의 먹구름을 몰아내는 등 주요 국경일마다 인공강우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인공강우의 원리

인공강우 기술은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연구소 빈센트 쉐퍼 박사가 처음 발견했다. 쉐퍼 박사는 안개로 가득 찬 냉장고에 드라이아이스 파편을 떨어뜨리면 작은 얼음결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실제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눈을 만들어 냈다.

인공강우는 구름이 있지만 비를 뿌릴 정도가 되지 않을 때 구름씨를 뿌려 강우효과를 얻는 기술이다. 따라서 '인공 증우'가 더 정확한 표현. 자연상태에서 구름은 20㎛(마이크로미터, 1㎛=백만분의 1m) 지름의 아주 작은 물방울인 '구름입자'로 이뤄져 있다. 구름입자가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지려면 무게와 크기가 커져야 한다. 보통 구름입자 100만개 이상이 합쳐져 2㎜의 빗방울이 된다. 그러나 순수한 구름입자만으로는 비가 내리기 힘들다. 여기에 먼지나 연기, 배기가스 등 0.1㎜ 크기의 작은 입자들이 구름이 뭉치도록 도와준다. 이를 '응결핵' 혹은 '빙정핵'이라고 부른다. 인공강우는 이 같은 응결핵의 역할을 하는 '구름씨'를 뿌려 구름 입자들이 잘 뭉칠 수 있도록 돕는 원리다. 구름 속에 인공 구름씨를 뿌리면 주변의 미세한 수분 알갱이가 달라붙고, 주변 찬 공기로 인해 얼어붙은 뒤 무거워져 떨어지면서 녹아 빗방울이 되는 것이다.

보통 1천m 이상의 높은 구름은 요오드화 은이나 드라이아이스를 많이 사용하고 낮은 구름의 경우 염화나트륨(NaCl)이나 염화칼륨(NaK), 요소(CO(NH2)2) 등을 사용한다. 구름씨를 뿌리는 데는 항공기나 고사포, 로켓이 동원된다. 효율성은 항공기가 높지만 비용은 로켓이 싸다. 하지만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비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증기를 포함한 구름이 있어야 씨를 뿌릴 수 있기 때문. 사막이나 가뭄에는 인공강우가 성공하기 어렵다.

◆부작용은 없을까?

인공강우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한 지역에서 구름을 쥐어짤 경우 인근 지역이 가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에서 인공강우로 구름을 모두 빼앗아 가 산시성, 허베이성 등 인근 지역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한국에서 2천㎞ 떨어진 베이징에서 실시하는 인공강우의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기류 흐름으로 봤을 때 베이징을 지나가는 비구름은 몽골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요오드화 은이나 염화칼슘 등 응결제에 의한 토양오염 우려가 있고 구름씨 살포 과정에서 안전 사고가 나기도 한다. 지난 2003년 중국 충칭시에서는 인공 강우 시도 과정 중 오발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죽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국내 인공강우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기상청은 영남지역의 가뭄이 심각했던 2001년, 경북 안동·경주 지역에서 공군비행기 2대를 이용해 인공강우 실험을 했고 0.1~1㎜의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당초 2006년을 목표로 기상 조절 중·장기계획을 세웠지만 흐지부지됐다. 현재 강원도 대관령에 연구시설을 갖추고 인공증우와 안개소산 기술을 연구하는 상황. 기상청 관계자는 "인공강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다 연구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험 자체도 쉽지 않은데다 경제성이 낮고 기상조절에 따른 환경 영향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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